2012년 8월 2일 목요일

동유럽 여행-빈(2)



오늘은 왕궁 주변을 한번 더 구경한 후에 미술사 박물관을 관람하기로 했다. 왕궁은 어제 보기는 했지만 초스피드로 둘러보는 바람에 이곳저곳 놓친 곳이 많았다. 그래서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명소들을 짚어가며 꼼꼼하게 볼 생각이었다. 신왕궁의 정문 지붕에는 합스부르크왕가의 상징인 머리두개 달린 황금 독수리상이 있었고, 스페인 승마 학교와 스위스문도 보았다. 스페인 승마학교는 정문만 보았다. 왕궁의 내부는 황실의 화려한 생활상을 보여주는 박물관으로도 이용되고 있는데 별로 구경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화려하고 웅장한  비인을 이미 충분히 본 상태였기 때문이다. 왕궁을 구석구석 둘러보고 난 후에 미술사 박물관으로 향했다.

비인의 미술사 박물관은 합스부르크 왕가가 수집한 미술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는데 주로 르네상스와 바로크시대의 명작들이다. 미술작품들은 1층에만 전시되어 있는데 다 둘러보는데만 무려 3시간 가까이 걸렸다. 라파엘로, 티치아노, 틴토레토와 같은 르네상스 화가 뿐만 아니라, 루벤스, 카라바조, 렘브란트,브뤼겔,뒤러,홀바인등 바로크시대 화가들의 명작들을 볼 수 있었다. 특히 라파엘로의 초원의 성모상과 브뤼겔의 농가의 결혼식같은 유명작품들을 직접 보게 되어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다. 전시된 그림들 모두 소홀히 지나칠 수 없는 뛰어난 작품들이어서 천천히 여유 있게 감상하였다. 미술사 박물관은 이른 시각부터 많은 관광객이 찾아왔다.

시간은 어느덧 점심을 지나서 박물관 내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와 케익으로 간단히 요기를 한 후에 박물관을 나왔다. 그리고 링 주변을 걸어 국회의사당, 시청사, 빈 대학을 차례로 구경했다. 국회의사당은 고전주의 양식의 건물로 정면의 분수가 아주 아름답다. 시청사는 고딕양식의 화려한 건물로 시청앞 광장에서는 이벤트가 벌어지는지 대형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어서 제대로 감상하지는 못했다.

한낮의 무더위 속에서 한참을 걷고 나니 지치고 배도 고팠다. 그래서 폭스테아터역 트램정류장에 있는 가판대에서 샌드위치를 사먹었다. 긴 바게트빵에 겨자소스를 바른  소시지를 집어넣은 것으로 콜라와 함께 먹었다. 햄버거로 간단히 점심을 떼운 후 레오폴드 미술관으로 향했다.

레오폴드박물관은 현대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한 곳으로 클림트, 실레, 코코슈카의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레오풀드는 바닥이 삐걱거리는 미술사 박물관과는 달리 매우 현대적인 건물이다. 전시관은 장식이 없는 하얀 벽면에 작품이 듬성 듬성 전시되어 있어서 매우 깔끔한 인상을 주고 있다.

맨 위층은 구스타브 클림트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클림트의 작품들과 함께 그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도 상영하고 있었다. 클림트는 표현주의 화가로 우리에게는 ‘키스’라는 작품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은 정말 난해하다. 아래층에는 에곤 실레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실레도 클림트와 같은 표현주의 화가로 28살에 요절하였다. 그의 그림들도 클림트만큼 이해하기 어렵다.

레오폴드 미술관 바로 옆에는 무목(mumok : museum of modern kunst)이라는 현대미술관도 있는데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박물관 지구를 빠져나와 찾아간 곳은 중앙 묘지였다. 중앙묘지는 베토벤, 슈베르트등 음악가들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음악가의 묘지라고도 불린다.



저녁이 되자 무더운 날씨는 바람이 불고 잔뜩 흐린 날씨로 변해 있었다. 시간은 어느새 6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이번에는 훈데르트바서하우스를 구경하기로 했다. 훈데르트바서하우스로 가려면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와서  트램을 두번 갈아타야 한다. 트램에서 내려 이정표를 따라 걷고 있는데 상상을 초월하는 현대식 건물들이 이곳저곳에 있었다. 훈데르트바서 하우스는 건물벽이 알록달록한 색상으로 장식되어 마치 어린이집같은 분위기가 나는 곳이다. 훈데르트바서하우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쿤스트하우스라는  곳도  있는데 외관은 훈데르트바서하우스와 비슷했다. 빈은 분리주의가 태동한 곳이다. 이전의 예술사조와는 완전히 단절된 이전 사조와 연결점이나 공통점이 없는 새로운 예술을 추구하는 운동이다. 때문에 고풍스런 디자인의 건물들이 보이다가도 이전 양식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초현대식 건물들이 곳곳에 보이는 것이다.

훈데르트바서 하우스를 본 후에 다시 성슈테판 성당이 있는 케른트너 거리로 왔다. 가이드북에서 본 특이한 디자인의 우체국 건물을 보기 위함이다. 관광지도에도 표시가 되어 있어서 충분히 도보로 찾아갈 수 있었다. 우체국은 붉은 색의 사원같은 독특한 디자인의 건물이 었다. 우체국에서 큰길을 따라 좀 내려가면 운하와 다리가 나오고 다리 건너편에는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진 빌딩 두개가 도로를 마주하고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해질 무렵이 되자 바람은 더 거세지고 한바탕 비가 쏟아질듯한 태세였다. 8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지만 구름이 잔뜩 끼어서 많이 어두웠다. 그래서 오늘의 투어는 이것으로 끝내고 지하철을 타고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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