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0일 화요일

베이징(北京) 여행


11월 16일부터 19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베이징 여행을 하였다. 이번 여행은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였다. 패키지는 자유 여행에 비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고 쇼핑 센터를 들리는 등 여러 단점이 있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베이징 셔우투 공항에 내리자 가이드가 맞이해 주었다. 가이드는 30대 초반의 조선족 남자로 중국어가 매우 유창했다. 우리 일행은 나를 포함해서 모두 14명이었다. 가이드는 버스 안에서 마이크로 중국에 대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 주었다. 중국에서 1년 정도 생활한 사람들은 중국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중국에서 10년 정도 생활한 사람들조차 중국은 이해하기 어려운 나라라고 말을 한다. 그 정도로 중국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면이 존재하는 나라다.

베이징 이화원 인공호수 앞에서
가이드의 이야기 중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중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오해에 관한 부분이었다. 우리는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다. 장기매매라든지 중국산은 품질이 떨어진다든지 하는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대부분 언론에 의해 과대 포장된 것이다. 긍정적인 것은 말하지 않고 부정적인 것만 크게 과장하는 언론의 속성 때문에 우리는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붓에 물을 묻혀 바닥에 글씨를 쓰는 노인
베이징은 부동산 거품이 매우 심하다고 한다. 가이드의 말을 직접 옮겨 적는다면 믿기지는 않지만 평당 1억원 그러니까 20평짜리 아파트가 20억에 달하는 것도 있다는 것이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잘해야 한국의 2분의 1 수준인 베이징의 아파트가격이 강남 아파트보다 더 비싸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베이징 거리는 고층 건물들의 천국이었다. 베이징의 인구는 2천3백만이고 지금 경제가 한창 좋을 때이다. 소득 수준이 점점 올라가면서  쾌적한 주거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여 아파트 가격 거품이 일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우리나라의 20년전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차도에는 자동차들이 많았다.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자동차도 한국보다 더 비싸다고 한다. 베이징은 멕시코시티 다음으로 교통정체가 심한 도시라고 한다. 도로는 넓고 잘 형성되어 있으나 늘어나는 자동차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이다. 그래서 중국 정부도 최근에는 일정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들에게만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는 허가를 내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과 자동차를 제외한 생활 물가는 한국보다 매우 저렴한 편이다.
만리장성을 오르는 사람들

첫날은 798 예술의 거리, 수족관, 베이징 수도박물관을 구경하고 서커스를 관람하였다. 서커스단의 공연은 볼만 했다. 저녁에는 베이징의 쇼핑가인 왕부정 거리를 구경하였다. 둘째날은 이화원과 만리장성을 구경하였다. 이화원의 인공호수는 듣던대로 엄청나게 넓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 만리장성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의 장관이었다. 만리장성을 구경하고 나서 전신 마사지를 받았다. 셋째날은 천안문 광장과 자금성을 구경하였다. 그리고 인력거를 타고 베이징의 전통 주택가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서울의 인사동과 비슷한 십찰해 거리를 구경하였다. 마지막으로 금면왕조를 관람하였다. 금면왕조는 베이징 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뮤지컬로 장대하고 화려한 무대 퍼포먼스가 일품이었다. 하지만 라텍스가게,진주가게,찻집,한의원등에 들려 꽤 많은 시간을 낭비한 것은 패키지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만리장성에서

가이드는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러시아에서 공부를 했고 유창한 중국어를 구사하며 중국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나는 중국이 최근에 고성장을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가이드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중국은 한국사람 2명이 할 일을 열명,스무명이 달라붙어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값싼 노동력을 투입해서 쉽게 생산성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중국경제가 최근까지 고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중국의 복지 제도였다. 중국은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될 뿐만 아니라 퇴직이후에도 평생 월급의 70퍼센트 수준인 연금을 받는다고 한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정리 해고를 일삼고 노후 복지가 최악인 한국과는 대비되는 부분이다. 복지제도가 잘 되어 있다보니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한다. 누가 국가 주석이 되든 자신들의 삶에 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민족 국가인 중국에서 서양식 자유민주주의를 실시한다면 중국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한다.

천안문 광장에서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중국은 가사일을 대부분 남자가 한다는 것이다. 육아와 요리,빨래,청소등 기본적인 가사일을 모두 남편이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여자들이 결코 호강한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중국의 여성들은 대부분 직장에서 일을 한다. 우리나라 여성들보다 사회참여율이 높다.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남자들이 직장에서 밤늦게 야근하며 혹사당하지도 않는다.  대부분 부부가 함께 직장생활을 하고 일찍 퇴근하기 때문에 출산을 하는 여자를 대신해 가사일을 남편이 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중국남자들은 한국남자들처럼 병역의 의무도 없다.
자금성 태화전 앞에서

베이징 십찰해 거리
중국에는 흑호구라는 것이 있다. 가이드로부터 처음 들은 말이다. 중국은 인구가 워낙 많아서 산아제한 정책을 쓰고 있다. 한 가정당 아이는 한 명만 낳을 수 있다. 그 이상 낳을 경우 꽤 높은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중국은 남아 선호 사상이 남아 있어서 아들을 낳을 때까지 자식을 낳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런데 호구에는 자식들 중 가장 똑똑한 아이를 올리고 다른 자식들은 호구에서 제외한다. 이렇게 호구에서 제외된 사람들을 흑호구라고 부른다. 흑호구는 교육이나 사회활동에서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하기 어렵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흑호구들이 평생 먹고 살 수 있도록 이들에게 서커스나 마사지등의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이번 여행에서 현란한 묘기를 보여준 서커스단원들과 마사지샵에서 마사지를 해준 사람들은 흑호구들이다.


공원에서 사교댄스를 추는 베이징 시민들
가이드는 조선족에 대해서 언급했다. 조선족이라는 말은 상당히 어감이 좋지 않다. 중국인도, 이북사람도 한국사람도 아닌 정체성이 모호한 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선족은 백년전만 해도 같은 땅에서 살던 같은 한민족이다. 일제 강점기때 독립운동이나 경제사정등의 이유로 만주로 이동한 사람들이 현재 중국의 조선족이다. 가이드는 조선족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조선족 친척이 있는 경우에는 꼭 초청장을 보내주라는 당부까지 하였다. 한국에는 많은 조선족들이 들어와 있다. 한국남자와 결혼한 조선족 여인이 많아서 현재 조선족 남자들은 결혼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조선족 여인과 한국남자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한국 국적을 부여하기 때문에 조선족 여인들이 결혼을 통한 이주를 최근에 많이 하고 있다.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을 이끌고 다니는 가이드들은 모두 조선족들이다.
호텔룸에서 바라본 베이징 아파트 단지의 모습
3박4일 동안 베이징을 둘러보았다. 장대한 스케일의 고궁과 우후죽순처럼 솟은 빌딩들이 베이징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북경의 오리고기는 역시 맛이 일품이었고, 왕부정 거리에서 맛본 전갈 꼬치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 같다. 한국에서는 백만원을 줘도 보기 힘든 ‘금면왕조’ 공연과 아슬아슬한 베이징 서커스단의 공연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여행을 함께 했던  분들과 마지막 밤 맥주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던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중국의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조만간 베이징을 다시 한번 찾게 될 것 같다. 그 때는 중국어를 좀 더 익혀서 자유 여행에 도전해 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