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주 박물관을 구경하고 나서 '청대 옛거리' 라오지에(老街)로 향했다. 라오지에는 청나라때부터 존재했던 전통 시장거리인데 정부에서 이곳의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최근에 재정비를 하였다고 한다. 라오지에는 베이징의 스차하이(十刹海)거리처럼 옛스런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거리다. 전통 공예품과 각종 기념품 가게들이 늘어서 있어서 휘주를 찾는 단체 관광객들은 반드시 들리는 코스다. 라오지에를 구경한 후 호텔에서 저녁 식사를 하였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황산 시내에서 약간 떨어진 개발 특구에 위치하였다. 황산도 중국의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개발 붐이 일고 있다. 곳곳에 크레인이 올라가 있고 한창 건설중인 아파트와 빌딩들이 많았다. 이 곳도 3년만 지나면 크게 변해 있을 것 같다.
다행스러운 것은 하산길에 안개가 많이 걷혀서 여러 산봉우리들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황산의 봉우리들은 장가계와는 또 다른 맛이 느껴졌다. 장가계의 봉우리들이 웅장하면서도 기묘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황산의 봉우리들은 마치 한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오히려 구름과 안개가 낀 모습이 더욱 신비롭게 느껴졌다.
저녁은 한국 식당에서 삼겹살로 먹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연변 조선족이 운영하는 식당이다. 연변 조선족이 운영하는 식당의 한식은 맵고 짠 한식과 기름기가 많은 중식이 섞인 일종의 퓨전음식 같다. 식당 종업원들이나 마사지사들은 대부분 마땅한 생계 수단이 없는 한족들이다. 이들은 서투른 한국말 몇 마디만 배워서 식당이나 마사지샵에서 일을 한다. 한국 관광객들 특히 나이든 사람들 중에는 이들을 함부로 대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서비스가 불만이라며 심하게 불평을 한다든지 욕을 하는 경우도 있고 조롱섞인 농담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저열한 모습들을 보여준다면 그것은 한국관광객들의 품위만 떨어뜨릴 뿐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혐한류(嫌韓流)의 역풍이 심심치 않게 불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부상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한국 관광객들의 천박한 행태도 큰 몫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음날은 정감촌(呈坎村)과 잠구민택(潛口民宅)을 방문하였다. 정감촌은 18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휘주에서 가장 오래된 고촌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 남아있는 건물들은 모두 명,청대의 것들이다. 정감촌은 현재도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로 아름다운 연못과 휘주의 옛 건축양식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특이한 점은 이 곳의 집들은 아래층에는 창문이 없고 2층과 3층에 조그만 창이 나 있다는 것이다. 옛 휘주의 여성들은 절개를 소중히 여겼으며 외관 남자들을 함부로 집에 들이지 않았다. 바깥에서 사람이 문을 두드리면 조그만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고 아는 사람인지 확인한 후에 문을 열어 주었다고 한다. 이곳의 집들은 모두 1층에는 방이 없고 손님을 맞이하는 거실이 있는데 거실에는 탁자를 사이에 두고 의자가 두개 놓여져 있다. 현재 중국의 지도자들이 외국의 사절들을 맞이할 때 탁자를 사이에 두고 의자에 나란히 앉아 좌담을 나누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손님을 맞이하는 중국의 전통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이미 명청대에 2,3층의 목조 가옥을 지었다는 것이다. 한옥과는 달리 온돌난방을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당시 중국은 건축기술이 상당히 발달했던 것으로 보인다. 잠구민택도 정감촌과 마찬가지로 옛 휘주의 농민들이 거주하던 가옥들이 있는 곳이지만 현재는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
점심식사를 마친 후에 원래는 온천욕을 하기로 했으나 어르신들의 반대로 그냥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황산은 온천이 좋기로도 유명한 곳이다. 아마도 어르신들은 이곳 온천이 우리나라의 사우나같은 곳인줄 알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곳 온천은 노천 개방온천으로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는 곳이다. 하릴 없이 호텔에서 어제 식당앞에서 산 망고를 까 먹으며 TV를 보면서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어제와는 달리 해가 강하게 내리쬐는 날씨라 돌아다니기도 힘들고 호텔 주변은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 달리 구경할 만한 곳도 없었다.
시내로 나와 저녁을 먹은 후에 '휘운가무쇼'를 보았다. 중국 여행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가무쇼가 아닐까 싶다. 중국의 가무쇼는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배경으로 화려한 춤과 음악이 어우러진 중국특색의 뮤지컬이다. 휘운가무쇼는 상하이 기업이 투자한 가무쇼로 유명한 장이모 감독이 연출 지도를 일부 했다고 한다. 역시 예상대로 화려하고 볼 만한 쇼였다. 특히 선녀가 하늘에서 꽃을 뿌리는 장면은 다른 지역의 가무쇼에서는 볼 수 없는 매우 독창적인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휘운가무쇼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휘주의 역사와 문화다. 극중에는 어머니가 아직 어린 아들을 매몰차게 외지로 내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아들이 외지에서 장사를 하여 성공하여 집에 돌아와 보니 어머니는 이미 늙었고 미처 효도를 해드리지도 못하고 돌아가는 모습만 지켜보는 애닲은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이처럼 외지로 나간 휘주의 상인들은 중국의 상권을 장악하면서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또한 경극의 기원도 바로 휘주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경극은 휘주의 상인들이 개발한 연극인데 경성(京城)의 황제에게까지 소문이 퍼져서 이들은 황제앞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다. 황제는 이들의 공연을 매우 즐겁게 감상하였고 이들을 경성에 상주하게 하면서 공연을 하게 하였다. 때문에 경극(京劇)이라는 말이 이 때부터 탄생하게 되었으나 사실 경극의 기원은 휘주인 셈이다.
다음날 아침 6시쯤 전화벨이 울렸다. 가이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날씨가 괜챦으니 다른 팀에 합류하여 황산을 다시 구경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었다. 나는 흔쾌히 가겠다고 답했고 부랴부랴 아침식사를 한 후에 호텔 로비로 나왔다. 가이드에게 케이블카와 차량비등을 지불하고 어제 온 여행객들과 함께 다시 황산을 오르기로 했다. 천하의 명산인 황산을 언제 다시 올지도 알 수 없고 첫 날 황산을 제대로 본 것도 아니기 때문에 크게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더욱이 날씨도 매우 맑고 좋았다. 다른 팀의 가이드는 태평케이블카를 타고 반대편으로 올라가는 코스를 택했다. 태평케이블카는 100명이 탈 수 있는 큰 케이블카로 다행히 날씨가 좋아서 주변으로 황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상쪽으로 다가가자 다시 안개가 끼기 시작하였다. 케이블카에서 내리자 안개는 더욱 짙어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맑고 쾌청한 날씨가 짙은 구름과 안개가 끼면서 흐려졌다. 황산의 날씨는 참으로 종잡을 수가 없다. 가이드는 구름이 더 끼기 전에 빨리 보아야 한다며 서둘렀고 일행은 가이드를 따라서 서해 대협곡을 구경하였다.
다행히 구름 사이사이로 황산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확실히 장가계와는 다른 경치였다. 마치 신선이 살 것 같은 깊이있고 그윽한 경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장가계를 다시 찾는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지만 황산을 다시 찾는 사람들은 많다고 한다. 항상 구름과 안개로 덮여 있기 때문에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황산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이런 깊이있는 경치는 어느 곳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황산의 또다른 매력은 바로 등산로가 아닐까 생각 한다. 자연의 경치야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게 한 것은 바로 인간이다. 사람이 다니기 힘든 협곡에 등산로를 설치한 인간의 힘도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7.5km의 장가계 케이블카도 대단했지만 황산의 등산로도 인간이 만든 위대한 예술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지막날은 산월풍정촌(山越風情村)을 들렸다. 산월족은 중국의 55개 소수민족중의 하나로 현재 미얀마 사람들과 같은 종족이라고 한다. 원래는 평지에 살던 사람들이었으나 한족에 밀려 산속에 들어가서 살았다고 한다. 이들은 산속에서 나무로 된 집에서 살면서 원초적인 생활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은 더 이상 사람은 살지 않으며 관광지로 조성해 놓고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산월족들의 생활모습을 보여주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산월족들의 토속적인 공연과 묘기도 보여주며 북소리와 노래에 맞춰 관광객들의 손을 잡고 춤을 추기도 한다.
황산여행 사진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