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룡에 도착하여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후 도보로 하산하면서 주변 경치를 감상하였다. 새벽부터 내리는 비는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리고 있었다. 일행은 모두 우의를 입고 산행을 하였다. 황룡에서 가장 높은 오채지의 해발 고도는 약 3900m이다. 이 정도 고지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산증세를 보인다. 처음에는 다소 견딜만 하였으나 계속 걷다보니 뒷골이 울렁거리며 아프기 시작하면서 어지럼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고지대는 산소가 희박하여 외부 공기압이 낮기 때문이기 때문에 혈관이 팽창하여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특히 뇌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기 때문에 자꾸만 하품이 나오고 머리가 어지럽다. 산소캔에 든 산소를 들이마셨으나 처음에는 효과가 있더니 나중에는 그마저도 효과가 없었다. 굵은비가 계속해서 내리는데다 고산증세로 인해 황룡 투어는 그야말로 고행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최대한 천천히 걸으면서 자주자주 쉬는 수 밖에 없었다.
황룡은 울창한 삼림과 에머랄드빛 호수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곳이었다. 비록 비가 오고 있었지만 물빛은 신비한 에머랄드빛을 띄고 있었다. 황룡의 오채지에서 케이블카 입구까지는 약 2시간을 걸어 내려가야 한다. 고지대에서 2시간 산행은 매우 힘들다. 더구나 비까지 맞아가며 하는 고산 산행은 아무리 하산길이라도 매우 힘들다.
버스에 올라탔을 때는 이미 바지와 신발이 비에 흠뻑 젖어 있었다. 그리고 몸이 으실으실 추워지면서 몸살기운마저 생기기 시작했다. 황룡에서 구채구까지는 버스로 약 2시간 30분을 가야 한다. 구채구의 호텔에 도착하자 몸살기운이 너무 심해서 저녁은 몇숟가락 뜨지도 못하고 준비해간 진통제를 먹고 잠을 청했다. 구채구의 호텔은 해발 1800m의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서 일교차가 심하고 밤에는 몹시 추웠다. 더구나 전력 공급이 부족한 지역이라 룸에는 히터가 없고 침대에 전기장판이 깔려 있을 뿐이었다.
구채구의 계곡은 Y자 모양의 세갈래 계곡의 형태를 띄는데 각각 측사와구,일측구,수정구로 불리운다. 제일 먼저 측사와구에 있는 장해와 오채지를 구경하였다. 장해는 구채구에서 가장 높은 해발 3100m 지점에 위치해 있다. 측사와구의 경치도 볼만하지만 구채구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일측구라고 할 수 있다. 일측구에는 구채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인 오화해와 진주탄폭포가 있다. 오화해는 맑은 하늘과 에머랄드빛 호수 그리고 전나무숲이 어우러진 신비롭고 아름다운 곳이다. 황산을 보지 않고 산을 논하지 말며, 구채구를 보지 않고 물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정도로 구채구는 계곡과 호수의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다.
하지만 호수와 폭포의 아름다움만이 구채구가 가진 매력의 전부는 아니다. 고지대의 맑은 공기와 하늘 그리고 무공해의 숲과 계곡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천연의 아름다움이 구채구의 참 매력이 아닐까라고 나는 생각한다. 구채구는 단풍이 드는 가을이 가장 멋지다고 한다. 하지만 생명력 넘치는 여름 풍경도 그에 못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구채구는 한화로 6만원이 넘는 매우 비싼 입장료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채구는 중국 내국인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중국 경제가 고속성장하면서 중산층이 늘고 그에 따라 소비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여행객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구채구 관광을 마치고 저녁에는 호텔에서 장족 예술단의 가무쇼를 본 후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구채구 황룡 관광을 마치고 다음날 아침 일찍 구채구 호텔을 출발하여 성도로 향했다. 성도로 가는 도중 일행은 가이드의 안내로 차마고도의 시발점인 강족(姜族) 마을 모투어촌을 둘러보았다. 강족은 중국의 55개 소수민족중 하나로 주로 양을 방목하면서 살았던 민족이었다. 역사적으로 차마고도를 처음으로 개척한 사람은 강족들이라고 한다. 지금은 관광지로 탈바꿈하였지만 이곳 주민들은 아직도 강족 특유의 전통 문화를 간직하며 살고 있었다. 이 마을의 주변은 온통 높은 산으로 둘러쌓여 있어서 매우 척박한 곳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매우 순박하고 자신들의 문화에 대해 높은 자긍심을 갖고 있었다.
일행은 저녁 늦게 성도에 도착하였다. 저녁 식사를 한 후에 관착항자 거리를 구경하였다. 관착항자 거리는 서울의 인사동과 비슷한 문화의 거리다. 일행은 카페에 들러 맥주와 차를 마셨다. 그런데 음료수와 차값이 서울과 별반 다르지 않을 정도로 비쌌다. 중국의 일인당 GDP가 한국의 1/4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비싼 편이다. 그런데도 카페에는 관광객들로 만원이었다. 요즘 중국인들이 돈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로써 4박 5일 성도-구채구 여행을 마치게 되었다. 고지대를 여행하면서 많이 힘들었지만 아름다운 산수와 신비하고 이색적인 경치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어서 오랜 기억에 남을 만한 여행이었다. 여행의 참맛은 아름다운 자연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순박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이번 여행은 그 두가지를 어느정도 충족시켜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