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8일 월요일

카잔 브릭스 정상회의의 성공과 그 의미

2024년 10월 22일부터 24일 러시아의 카잔에서 16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이번 회의는 중국, 인도, 이란 등 9개 브릭스 회원국 정상들을 포함해 24개국의 정상들이 참여하였고, 36개국의 대표단과 6개 국제기구가 참가한 명실상부 역대 최대규모의 회의였다. 이번 16차 브릭스 정상회의에서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표방한 카잔 선언이 채택되었고, 인도네시아와 카자흐스탄, 베트남 등 13개국을 새로운 파트너 국가로 지정하였다. 역대급 규모로 성공적으로 치러진 이번 카잔 브릭스 정상회의는 서구중심시대의 종말과 새로운 세계질서를 선언한 최초의 회의로 기록될 것이다. 브릭스의 가장 큰 특징은 다극화와 평등한 국제관계다. 이것이 서구중심의 일극적 세계질서를 표방하는 G7이나 G20과 다른 점이다. 브릭스는 일방적 지시와 내정간섭이 아니라 국가주권의 상호존중과 협력에 기반하고 있다. 브릭스는 2009년 러시아의 예카테린부르크에서 러시아, 중국, 브라질, 인도 4개국이 참가하여 첫 회의를 개최한 이래 회원국 수가 증가하여 현재는 9개국이 정식 회원국의 지위에 올라 있다. 브릭스는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이미 서구중심의 G7을 추월하였다. 브릭스는 세계인구의 45%를 차지하며, 세계 GDP(PPP기준)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6%에 이르고 있다. 반면 G7은 세계인구의 10%에 불과하고,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0%에 불과하다. 이 격차는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브릭스가 점점 세력을 확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서구의 위선과 일방주의 때문일 것이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일방적 지시와 내정간섭을 일삼는 서구의 헤게모니와 자신들의 경제적 부를 앗아가는 달러 패권주의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그들에게는 종속적 지위를 강요하는 서구보다는 내정불간섭과 협력을 모토로 하는 브릭스가 훨씬 매력적인 파트너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서구는 자신들의 기울어가는 패권을 되찾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발악을 하고 있지만 역사의 흐름은 돌이킬 수 없다. 만약 미국과 서구가 패권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다면 그들이 세계의 변방으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서구가 세계의 중심이던 시대는 이미 지났으며 비서구와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은 저항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2024년의 카잔은 인류역사의 새로운 시대를 연 장소로 기억될 것이다.

2024년 10월 2일 수요일

두바이 4박6일 여행

9월 26일부터 10월 1일까지 4박6일 일정으로 아랍에미리트를 여행하였다. 주요 여행지는 두바이이고 일정 중 하루는 아부다비를 다녀왔다. 여행사 패키지를 통한 단체관광을 선택하였고, 한국인 현지 가이드가 투어를 안내하였다.

인천공항에서 두바이공항까지 비행시간은 약 9시간 40이었다. 두바이공항에 도착하자 우리 일행은 가이드의 안내로 먼저 두바이몰 분수쇼를 보았다. 두바이몰은 세계 최대의 쇼핑몰로 바로 옆에는 세계 최대 높이의 마천루 부르즈 할리파가 있다. 분수쇼는 약 5분정도 짧게 진행되었는데 분수앞 광장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분수쇼와 함께 부르즈 할리파의 조명쇼가 함께 진행되었는데 그야말로 화려한 장관이었다. 분수쇼를 관람을 마치고 우리는 두바이몰의 인공폭포를 구경한 후 호텔에 도착해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튿날, 우리 일행은 버스를 타고 아부다비로 향했다. 아부다비는 아랍에미리트의 수도이자 두바이에 못지않은 마천루와 관광명소를 갖고 있는 도시다. 우리는 우선 그랜드 모스크를 구경하였다. 아부다비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는 아랍에미리트 최대의 이슬람 사원으로 규모도 방대할 뿐만 아니라 내부장식도 매우 화려했다. 모스크 입구에서 사원까지는 긴 지하통로로 연결되어 있어서 어느 정도 걷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모스크를 구경한 후 선택관광으로 대통령궁과 팰리스호텔 투어가 있었다. 나는 선택관광을 하지 않았고, 투어에 참가하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버스와 인근 마리나 몰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후에 루브르 아부다비 외관을 구경하는 것으로 아부다비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두바이로 돌아왔다. 셋째날과 넷째날은 선택관광으로만 채워져 있었다. 셋째날은 부르즈 할리파 전망대 투어와 팜 주메이라 전망대 투어가 있었는데, 나는 팜 주메이라 전망대 투어만 선택하였다. 다른 일행들이 부르즈 할리파 전망대를 다녀오는 동안 나는 나머지 일행과 함께 두바이몰을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두바이몰 분수광장에서 부르즈 할리파 외관을 조망하면서 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두바이몰 실내에 있는 아쿠아리움 외관을 구경하고 푸드코트에서 식사도 하였다. 그런데 두바이의 물가는 생각외로 매우 비싸다. 푸드코드에서 왠만한 한끼 식사를 하려면 최소 만5천원은 드는 것 같았다. 두바이몰 구경을 한 후 일행은 팜 주메이라 전망대로 향했다. 팜 주메이라는 바다에 조성한 인공섬으로 섬 위에는 수많은 호텔과 별장들이 조성되어 있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팜 주메이라와 두바이의 빌딩숲은 한편으로는 감탄을 자아내게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과도한 개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팜주메이라 전망대 투어를 마치고 일행은 두바이몰 분수쇼를 다시 한번 관람한 후 호텔로 돌아왔다. 넷째날은 사막 사파리 투어가 있는 날이다. 사막투어는 4시에 출발이라 그 전까지는 자유일정이었다. 나는 메트로를 타고 두바이 미래박물관과 에미레이트 몰을 구경하였다. 두바이 메트로는 아라비아 반도에서는 최초로 건설된 메트로라고 한다. 에미레이트 타워 옆에 있는 두바이 미래박물관은 입장은 하지 않고 외관만 구경하였다. 에미레이트 몰은 두바이몰이 개장하기 전까지 두바이 최대의 쇼핑몰로 여전히 성업중인 쇼핑몰이다. 몰에서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신 후 나는 다시 호텔로 돌아와 사막 사파리 투어에 참가했다. 일행은 호텔 앞에 대기하고 있는 사륜구동차를 타고 약 1시간 정도 달려 사막에 도착했다. 사륜구동차를 타고 모래언덕을 질주하는 사막 오프로드 드라이브는 짜릿한 스릴을 선사했다. 드라이브 도중 기사는 사막 한가운데 차를 세우고 일행에게 기념사진을 찍는 시간을 갖게 했다. 석양이 지는 사막의 풍경은 아름답고도 몽환적이었다. 사막 오프로드 드라이브를 마친 후 일행은 사막 캠프에서 식사와 함께 공연도 관람하였다. 사막 사파리 투어는 이번 두바이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투어었다. 마지막날, 우리 일행은 두바이 왕궁의 정원을 관람한 후 요트투어를 하였다. 우리 일행은 요트를 타고 마리나의 아름다운 바다와 해변을 만끽하였다. 요트 투어를 마친 후 일행은 팜주메이라 모노레일에 탑승하여 팜주메이라의 주변경관을 관람하였다. 이후에 우리 일행은 수크 마디낫 주메이라를 구경하였다. 수크 마디낫 주메이라는 옛스러운 모습으로 구현한 실내 쇼핑몰로 이곳에서는 두바이의 대표적 랜드마크인 부르즈 알 아랍을 조망할 수 있다. 수크 마디낫 주메이라를 구경한 후 일행은 알 시프를 구경하였다. 알 시프는 옛스러운 스타일로 조성한 거리로 이곳에는 수많은 상점과 기념품 가게들이 모여있었다. 알 시프 구경을 마친 후 일행은 수상택시 아브라를 타고 두바이 금시장을 구경하였다. 두바이 금시장에는 수많은 귀금속 가게뿐만 아니라 향신료가게들이 즐비했다. 두바이 금시장 투어를 끝으로 두바이 여행이 마무리되었다. 두바이는 사막의 기적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중동의 산유국을 넘어 국제무역의 허브와 경제중심지로 도약을 꿈꾸는 도시다. 사막의 한계를 극복하고 고층빌딩들이 즐비한 경제와 금융, 관광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두바이의 모습을 보면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이 오늘날의 두바이를 만든 근본 요인으로 보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여행자의 눈에는 두바이의 미래가 장미빛으로만 보이지는 않았다. 터무니 없이 비싼 물가는 두바이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가장 큰 요소다. 사막 한가운데 높은 빌딩들과 도로를 건설하다보니 많은 자금이 소요되었을 것이고 이는 곧 두바이의 물가를 끌어올린 가장 큰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경제개발과 혁신도시라는 이미지로 많은 해외투자와 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었지만 고물가와 높은 부동산 가격으로 인해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한 아랍 에미리트는 외국인의 비율이 90%에 육박할 정도로 노동력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길거리나 쇼핑몰의 상점가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인도등 남아시아나 아프리카에서 온 노동자들이다. 메트로나 길거리에서 주고받는 언어는 아랍어보다는 힌디어가 훨씬 많이 들렸다. 길거리나 쇼핑몰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곳이 두바이인지 인도인지 헷갈릴 정도다. 이처럼 많은 해외인력의 유입은 아랍 에미리트가 아랍국가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좋은 의미로는 개방적이지만 다른 의미로는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이 없는 혼란스러운 잡종도시같은 느낌도 들었다. 두바이뿐만 아니라 아랍에미리트는 이슬람 왕정국가로 왕족들이 매우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서민들은 그다지 부유해 보이지만은 않았다. 지금까지는 경제성장과 개발로 인해 빈부격차 문제가 수면아래에 있겠지만, 언젠가 두바이의 거품이 꺼지는 때가 오면 잠재해 있던 사회적 갈등이 폭발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공항과 쇼핑몰에는 청소인력과 보안요원들이 과도할 정도로 많이 배치되어 있지만 일처리 속도가 느리고 비효율적인 인력낭비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행자로서 두바이에 대한 평을 하자면 한번은 가볼 만한 곳이지만, 그 이상 방문하고 싶은 마음은 그다지 생기지 않는 도시다. 사막위에 세워진 높은 빌딩들이 사상누각이 될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