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31일 목요일

상하이(上海) 항저우(杭洲) 여행

1월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동안 상하이-항저우를 여행하였다. 베이징이 중국의 정치와 문화의 수도라면 상하이는 경제와 금융의 수도라고 할 수 있다. 상하이 푸둥 공항에 내리자 조선족 가이드가 맞이해 주었다. 가이드는 연변 출신으로 우리말이 다소 서툴렀다. 함께한 일행은 모두 삼십명 정도로 여행기간동안 대형 버스로 이동하였다. 저녁식사후에 상하이 서커스단의 서커스를 관람하였다. 베이징 서커스단의 공연에 비해 다소 미흡한 느낌도 들었지만 그래도 원형 케이지 안에서 5대의 오토바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돌아가는 모습은 압권이었다. 이튿날은 버스로 3시간 가량 이동하여 항저우로 갔다.

항저우는 옛부터 지상의 낙원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아마도 이곳이 송나라때 중국에서 가장 큰 도시였고 물자가 풍부해서 지어진 별명인 것 같다. 또한 항저우는 미인들이 많은 도시라고 한다. 예전의 미인들은 건강하고 피부가 좋고 아이를 잘 낳는 여자를 말하였다. 요즘의 기준처럼 얼짱에 빼빼마른 여자들이 아니라 토실토실하고 건강한 여자들이 미인들이었다. 항저우는 예로부터 농산물이 풍부하고 물이 좋으니 당연히 여성들의 영양상태가 좋았을 것이고 그래서 미인들도 많았던 것이다. 어쨌든 항저우는 상하이나 베이징보다 더욱 중국적인 도시다. 항저우에서 오산 성황각을 본 후에 유람선을 타고 서호를 구경하였다. 서호는 송대의 시인 소동파가 배를 타고 시를 읊조렸다는 호수로 베이징 이화원에 있는 쿤밍호의 모델이 된 호수이기도 하다. 서태후가 이 호수를 본 후에 베이징에 똑같은 호수를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서호를 본 후에 마사지 센터로 이동하여 발마사지를 받았다. 저녁식사로 동파육을 먹은 후에 송성가무쇼를 관람하였다. 송성가무쇼는 베이징 여행때 보았던 금면왕조와 마찬가지로 화려하고 현란한 무대 연출과 가무를 볼 수 있는 공연이다. 요즘은 이런 가무쇼가 트렌드로 정착되어서 중국의 유명 여행지에서는 어느곳이나 이런 쇼를 볼 수 있다. 내 생각으로는 서양의 오페라나 뮤지컬보다 훨씬 더 다이내믹하고 재미있는 것 같다.

3일째는 버스를 타고 상하이의 주쟈자오로 이동하였다. 주쟈자오는 동방의 베니스라고 불리는 곳이다. 주쟈자오는 베니스처럼 좁은 수로에 배가 다니고 골목길에는 중국 전통 가옥과 기념품 가게들이 늘어서 있는 관광지다. 주쟈자오를 구경하고 나서 푸둥으로 이동하여 상하이의 상징인 둥팡밍주 타워를 구경하였다. 해발 260m에 있는 둥팡밍주 전망대에 올라가 보니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 푸둥의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보였다. 110층짜리 상하이 최고층 빌딩인 월드 파이낸스 센터와 진마오다샤 빌딩이 보이고, 그 옆으로는 새롭게 초고층 빌딩이 올라가고 있었다. 둥팡밍주 전망대에서 재미있는 것은 바닥을 투명유리로 만들어 아래를 바라볼 수 있게 만든 점이다. 아래가 내려다 보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벌벌 떨면서 투명유리위로 올라간다. 하지만 아래를 쳐다보지 않으면 아무 상관 없다.


둥팡밍주에는 또한 상하이 역사 박물관이 있다. 약 150년의 역사를 갔고 있는 상하이의 개항과 근대화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곳이다. 둥팡밍주 투어를 마치고 상하이 옛거리 위위안을 구경하였다. 마치 영화의 셋트처럼 중국의 옛거리를 복원해 놓은 거리인데 위위안은 서울의 명동처럼 상하이의 대표적인 쇼핑가다. 그곳에서 파는 음식들의 물가를 비교해보니 대략 서울의 2/3나 3/4 정도의 물가 수준인 것 같았다. 그만큼 상하이는 물가가 비싼 곳이다. 가이드로부터 들은 바로는 상하이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가 평당 2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 정도면 서울 강남 아파트보다 비싸다고 할 수 있다. 그 만큼 상하이로 돈이 몰린다는 얘기다. 위위안을 구경하고 나서 유람선을 타고 황푸강을 따라 상하이의 야경을 구경하였다. 상하이는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둥팡밍주가 있는 푸둥은 물론 반대편 와이탄의 야경도 무척 아름답다.


마지막날은 대한민국 임시청사를 들렸다. 이곳은 역사적인 명소이므로 상하이에 오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이다. 임시정부청사 바로 옆으로는 카페거리인 신톈디가 있다. 신톈디 옆 공원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나이든 사람들이 태극권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음악에 맞춰 느리게 동작을 하는데 꽤 운동이 될 것 같았다. 신톈디를 구경한 후 마지막으로 서울의 인사동 거리와 비슷한 타이캉루를 구경하는 것으로 상하이 여행을 마무리 하였다.



베이징에 비해 상하이는 좀 더 자본주의적인 도시다. 고층아파트도 베이징에 비해 많을 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적인 분위기가 개방적이다. 오늘날 상하이는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곳이다.

상하이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푸둥이다. 20년전만 해도 허허벌판이던 곳에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아시아의 금융중심지가 되었다. 정말 기적같은 일이고 상전벽해라는 말이 꼭 들어맞는 곳이다. 둥팡밍주와 그 주변의 빌딩들을 보면 상하이의 무한한 잠재력과 저력을 느낄 수 있다. 푸둥뿐만 아니라 다른 지구에도 현재 고층빌딩들이 계속해서 들어서고 있다. 상하이가 세계의 자본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푸둥을 보면서 야심차게 국제비즈니스 도시로 만들고자 했던 인천의 송도와 청라지구가 떠오른다. 그런데 그것은 애당초 무모한 계획이었다. 상하이가 금융허브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에 엄청난 제조업 기반이 있었기 때문이다.



상하이의 질주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경쟁 상대가 없어 보인다. 지금도 곳곳에 고층아파트들이 건설중이고 고가도로등 기반시설들도 잘 조성되어 있다. 그러나 상하이의 단점은 유럽의 도시들에 비해 녹지나 공원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앞으로 이 점은 보완해야 할 것이다. 푸둥 공항에서 3박4일동안 인솔해준 가이드와 악수를 나누었다. 댜오위다오(조어도)문제 때문에 요즘 중국에서 반일감정은 매우 심하다. 여행중에 일본인 관광객들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요즘 중국에서는 일본말을 썼다가는 맞아죽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에 대해서는 중국내에서 상당히 우호적인 분위기다. 덕분에 가이드처럼 중국에 살고 있는 연변 조선족들의 위상도 올라갔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