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8일 토요일

북한산 경관 베스트 10

1. 사모바위에서 바라본 의상능선
의상봉, 용출봉,용혈봉,증취봉,나월봉,나한봉등 의상봉의 암봉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그 뒤로 백운대,만경대,노적봉등 북한산의 주봉도 보인다.
2. 문수봉에서 바라본 보현봉
문수봉에서 바라본 보현봉의 모습은 북한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다.
3. 원효봉에서 바라본 백운대,만경대,노적봉
북한산의 봉우리들은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모습이 다르다. 원효봉에서 바라본 북한산의 주봉들은 신비롭고도 웅장해 보인다.
4. 백운대 정상
북한산의 최고봉인 백운대는 정상 슬랩까지 올라가는데 난이도가 매우 높다.

5. 백운대 정상에서 바라본 염초 능선
북한산 암봉 능선의 위용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염초 능선.
6. 백운대 정상에서 바라본 인수봉과 도봉산
백운대에서 바라본 인수봉의 모습은 마치 맹수의 송곳니를 닮았는데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간담이 서늘해진다. 인수봉 너머로 도봉산의 오봉과 자운봉등 주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7. 숨은벽 능선
이름 만큼이나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북한산의 숨은 명소다. 
8. 칼바위에서 바라본 백운대
산성주능선 너머로 백운대,인수봉,만경대,노적봉등 거대한 암봉들의 모습이 신비롭게 펼쳐져 있다. 마치 알프스의 산에 와 있는 듯한 이국적인 정취마저 느껴진다. 
9. 보국문에서 바라본 백운대
북한산의 주봉인 백운대, 만경대,인수봉,노적봉,염초봉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또한 이들 봉우리들의 웅장함이 가장 잘 나타나는 곳이기도 한다. 
10. 형제봉에서 바라본 보현봉
형제봉에서 바라본 보현봉은 매우 웅장한 느낌이다. 정릉쪽에서 북한산을 바라보았을 때 볼 수 있는 봉우리는 보현봉이므로 보현봉은 북한산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봉우리다.

2013년 11월 26일 화요일

7주간의 북한산(北漢山) 종주

7주간의 일정으로 서울의 진산 북한산(北漢山)을 종주하였다. 종주라고해서 거창해 보이지만 일주일에 한번 북한산의 주요 능선을 산행한 것이다. 등산을 꽤나 좋아하는 편이지만 북한산은 자주 가보지 못했다. 지난 여름 동안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아서인지 배는 계속 나오고 소화 불량 증상까지 생겼다. 그래서 살도 빼고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 북한산 산행을 결심했다.
첫째주는 우이동입구-도선사-하루재-백운산장-백운대의 왕복 산행을 선택했다. 일반인들에게 가장 많이 찾는 코스다. 어떤 이는 등산을 하는 이유가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묘미 때문이라고 한다. 산은 오를 때는 무척 힘들지만 산 정상에서 느끼는 성취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백운대는 거대한 암봉으로 슬랩구간은 난간을 잡고 올라가야만 한다. 백운대에서는 도봉구와 노원구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산 위에서 도심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절로 무아지경이 된다.



둘째주는, 불광역-족두리봉-향로봉-비봉-사모바위-구기동 입구로 하산하는 코스를 선택했다. 족두리봉은 높지는 않지만 암릉구간이 꽤 가파르다. 향로봉과 비봉 정상은 위험구간으로 일반 등산객의 출입이 제한되어 있다. 위험구간은 굳이 오르지 않아도 된다. 산행의 목적은 반드시 정상에 오르는 것이 아니며 자신의 실력에 맞게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사모바위는 예전 벼슬아치들이 썼던 사모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모바위는 북한산에서 가장 조망이 뛰어난 곳으로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케하는 의상능선과 북한산의 주봉인 백운대 만경대 노적봉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셋째주는 산성입구-응봉능선-사모바위-승가봉-문수봉-대남문-구기동입구 코스를 선택했다. 산행은 항상 처음 언덕 오를 때가 어렵다. 그러나 능선에 접어들면 보행에 리듬이 생기고 주변 경치를 감상하면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다. 응봉능선은 사모바위 도착하기 바로 전 슬랩구간이 약간 난이도가 있는 편이다. 사모바위에서 승가봉을 거쳐 문수봉으로 가는 코스에서는 청수동암문까지 오르는 고갯길이 상당히 힘든 편이다. 그래도 문수봉에서 바라본 보현봉의 모습은 그야말로 동양산수의 진수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훌륭한 경치를 자랑한다. 산행이 아무리 힘들어도 이렇게 멋진 경치를 보게 되면 그간의 고생이 단번에 사라진다. 


넷째주는 산성입구-의상봉-용출봉-용혈봉-증취봉-나월봉-나한봉-문수봉-대남문-구기동입구 코스를 선택했다. 의상봉능선이라고도 불리는 이 코스는 북한산의 여러 능선중에서도 가장 힘들고 난이도가 높은 코스다. 특히 의상봉을 오르는 슬랩구간이 매우 가파르다. 의상능선은 북한산의 여러 능선 중에서 가장 수려한 경치를 자랑한다. 특히 용출봉과 용혈봉등 우뚝 솟은 암봉들이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고 있다. 의상봉을 넘어서 가사당 암문 아래에는 국녕사라는 절이 있는데 이 절에는 거대한 좌불이 있다. 나월봉은 역시 위험구간으로 일반 등산객의 출입이 제한되어 있어서 우회할 수 밖에 없었다. 



다섯째주는 산성입구-원효봉-백운동계곡-백운대 암문-백운대-백운산장-도선사-우이동입구 코스를 선택했다. 원효봉 정상에서 백운대 만경대 노적봉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면 잔잔한 감동이 밀려온다. 북한산은 같은 봉우리라도 보는 각도에 따라서 느낌이 다르다. 원효봉능선은 원래 염초봉 백운대로 뻗어 있으나 염초봉은 위험구간이라 백운대 계곡쪽으로 하산하여 다시 올라가야 한다. 백운대 옆에는 거대한 암봉인 인수봉이 있는데 클라이머들이 열심히 암벽을 오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인수봉 너머로 도봉산의 자운봉과 오봉능선이 장엄하게 펼쳐져 있다. 


여섯째주는 우이동입구-백운대 암문-만경대와 노적봉능선-용암문-동장대-대동문-대성문-대남문-구기동입구 코스를 선택했다. 흔히 말하는 산성 주능선 코스에 해당한다. 이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만경대와 노적봉사이의 암릉구간인데 난간이 설치되어 있지만 난이도가 높은 구간이다. 용암문에서 대남문까지는 능선을 따라 산성이 이어져 있고 산성을 따라서 그저 걷기만 하면 된다. 산성주능선에서는 북한산의 주봉인 백운대와 만경대,인수봉,노적봉을 한눈에 볼 수 있는데 북한산이 뿜어내는 신비오움과 기(氣)가 느껴졌다. 



 일곱번째 주는 정릉입구-칼바위능선-보국문-대성문-형제봉능선-국민대입구 코스를 선택했다. 칼바위능선의 암릉구간은 가파른 곳이 많고 난간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서 조심스런 트레킹이 요구된다. 대성문에서 형제봉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평이하지만 형제봉에서 바라본 북한산과 서울시내의 조망은 매우 뛰어나다. 보현봉은 문수봉에서 바라볼 때와는 사뭇 다른 장엄한 모습이다. 형제봉에서 바라본 평창동과 북악산 인왕산 그리고 북악 스카이웨이의 모습은 아파트가 즐비한 서울시내의 모습과는 또 다른 정취를 자아낸다.



 북한산은 높지는 않지만 매우 깊은 산이다. 봉우리와 능선이 많고 탐방로도 다양하다. 북한산의 가장 큰 매력은 수려한 경관이다. 백운대,만경대,인수봉,노적봉,보현봉등 암봉들의 아름다운 경치가 북한산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고령화 시대 등산이 대세라고 한다. 독일의 미래학자 마티아스 호르크스도 트레킹이 일반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등산은 이제 웰빙을 넘어 힐링이다. 등산은 곧 치유다. 진정으로 치유를 원한다면 산으로 가라고 말하고 싶다. 

2013년 11월 3일 일요일

21세기 다극화 시대의 신국제질서

구소련 붕괴후 냉전체제가 종식되면서 한때 팍스아메리카나의 시대가 도래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불과 20년 만에 미국의 일극(一極)적 패권 시대는 막을 내리고 말았다. 이라크전과 미국 재정위기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의 부상으로 국제질서는 다극화 시대로 재편되어 가고 있다. 다극화 시대 세계 정치경제의 주축을 이루는 초강대 국가는 미국,유럽연합,러시아,중국이 될 것이다.
1. 미국은 재정위기와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한 군사 대국이고 앞으로도 군사력의 우위를 통해 전세계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이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은 앞으로 유럽지역에서는 나토,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일본,호주등 강력한 동맹관계를 축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세력 확장을 견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 국가부채가 과도하고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감소로 미국의 위상은 계속해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2. 유럽연합(EU)은 군사력에서는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놓여 있지만 미국에 버금가는 경제력과 산업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경제 분야에서 상당한 지위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또한, NATO를 중심으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확장하려 할 것이다. 유럽연합은 유로화의 성공적인 통합과 높은 산업경쟁력으로 인해 정치 경제 분야에서 상당한 지위를 이어갈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마찬가지로 경제 성장이 정체되고 높은 실업율등 경제적 활력이 떨어지는 것이 유럽연합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3. 러시아는 석유와 천연가스등 엄청난 지하자원과 세계 최고의 군사기술을 바탕으로 유럽과 아시아에 걸친 대제국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러시아는 경제력 측면에서는 서방에 비해 뒤지지만 미국에 버금가는 군사기술력과 핵 억제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벨라루스 카자흐스탄등 구소련 국가들과 유라시아 연합을 결성하여 구소련권 경제통합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상하이협력기구를 통해서 유라시아대륙을 넘어 아시아태평양지역으로까지 정치적 영향력을 확장하려 하고 있다. 다만 넓은 국토에 비해 인구가 적고 경제적 위상이 낮은 점이 러시아의 최대 단점이다.
4.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경제발전에 주력하여 미국 경제력의 절반을 넘어서는 경제대국이 되었다. 중국의 경제발전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며 2030년에는 미국의 GDP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앞으로는 첨단 산업기술 수준과 군사력을 강화하여 경제강국을 넘어 패권국가로서 굴기하려 하고 있다. 다만, 중국의 부상을 우려하는 미국의 견제를 극복하는 것이 중국 굴기의 최대 과제가 되고 있다.
이들 초강대국들 외에도 인도와 브라질도 주목할 만하다. 인도는 브릭스(BRICS)국가의 일원으로 앞으로 높은 경제성장이 예상되며 과거 비동맹세력의 맹주로서 앞으로도 강대국의 지위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단, 인도는 제조업기반이 취약하고 낙후된 사회경제 시스템으로 인해 단기간에 패권국가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은 역시 브릭스(BRICS)국가의 일원으로 넓은 국토와 많은 인구를 보유한 성장 잠재력이 높은 국가다. 당장은 요원한 일이겠지만 브라질은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와 함께 EU에 버금가는 라틴아메리카 연합의 주도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세계 정치 경제 질서는 미국,유럽연합,러시아,중국이 주도하는 4극 체제의 다극화 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 10월 21일 월요일

일본의 무모한 군국주의 부활 기도

요즘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극우파인 아베가 집권하면서 헌법개정과 집단자위권 확보등 더욱 노골적으로 군사대국화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 움직임은 중국의 부상 때문이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서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전략을 천명하였다. 이것은 아시아의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을 군사적으로 포위하는 소위 '대중국 봉쇄정책'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회귀 즉 대중국 봉쇄전략의 핵심 파트너는 일본이다. 일본의 군사대국화 움직임의 배후에는 미국이 있다. 미국은 최근 재정적자 증가로 군사비 지출을 유지하는데 막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의 부상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군비를 오히려 증강시켜야 하는 미국으로서는 딜레마에 처하게 되었다. 동아시아 지역의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해 군비를 낮출 수 없는 미국으로서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결국 일본의 군비 증강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이라크전에서 막대한 전비를 낭비한 미국은 이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시리아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은 이제 시리아조차 공격하지 못할 정도로 그 힘이 약화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란은 아예 군사대응을 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중동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도 미국의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국제정치의 권력구도는 미국의 일극(unipolar)패권 시대에서 다극화(multipolar)시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다극화 시대의 핵심축을 이루는 국가는 새롭게 부상하는 러시아,중국,인도,브라질이 될 것이다. 재정적자에 허덕이는 미국과 경기침체에 시달리는 일본의 협력관계는 궁극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일본은 20년 넘는 장기불황과 고령화로 인해 국세가 점점 기울어가고 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일본이 만약 군비 증강에 국가의 부를 쏟아붓는다면 그것은 몰락을 더욱 가속화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은 결코 옳은 선택이 아니다. 군사력 증강으로 중국에 대항한다는 생각은 망상에 불과하다. 일본은 결코 중국의 적수가 될 수 없다. 일본은 과거 파시스트 국가 시절 아시아 국가들을 침략하여 아시아 민중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일본의 최상의 선택은 과거 침략사를 반성하고 동아시아 국가로 복귀하는 것이다. 만약 일본이 군국주의 부활의 길을 계속 걷는다면 큰 댓가를 치를 것이다.

2013년 10월 15일 화요일

중국 계림 여행


10월11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중국의 계림(꾸이린 桂林)과 양삭(양수오 阳朔)을 여행하였다. 桂林은 예로부터 '桂林山水甲天下'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산수의 경치가 뛰어난 곳이다. 중국의 자연경관중 으뜸인 장가계-황산-구채구를 여행한 터라 계림은 더더욱 가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인천공항에서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비행기를 타고 항저우(杭洲)를 경유하여 중국국내선 비행기로 계림에 들어갔다. 일행은 나를 포함해서 모두 15명이고 그 중 12명은 가족들이다. 비행기는 저녁 늦게 계림공항에 도착하였다. 공항에는 조선족 가이드가 미리 대기해둔 셔틀버스와 함께 마중나와 있었다. 일행은 저녁 식사 후 호텔에 짐을 풀었다. 계림은 중국에서도 가장 남쪽 지방인 광시(广西)성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10월 중순인데도 한 낮의 기온이 34도까지 올라갈 정도로 전형적인 아열대성 기후지대에 속한다.

다음날 아침 일행은 계림 시내에 위치한 용호(榕湖)공원을 찾았다. 용호공원에는 약 1000년을 살아온 대용수(大榕樹)나무가 있다. 계림은 물이 많은 곳이라 도심 공원에는 대부분 호수가 있고 호수 둘레로 산책로를 만들어 놓았다. 중국의 공원은 어디를 가더라도 중년 여성들이 단체로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거나 태극권을 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공원 바닥에 큰 붓으로 글씨를 쓰는 할아버지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큰 붓으로 길바닥에 글씨를 쓰는 것은 중국 노인들에게 인기 있는 취미생활이라고 한다.

용호공원에서 나와 다음으로 향한 곳은 첩채산(디에차이샨 疊彩山)이다. 계림에는 산이 많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그 산들이 주 봉우리가 있고 능선이 있는 그런 산이 아니라 모두 평지에서 삐죽삐죽 솟아난 산들이라는 점이다. 그 봉우리들을 모두 합치면 3만 6천개가 된다고 한다. 첩채산은 그 중 하나의 봉우리로 화려한 비단을 겹겹이 쌓아 놓은 것과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첩채산 정상에 올라가면 계림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시내 건물 사이 사이로 작은 산들이 솟아 있는 모습이 매우 독특하다. 계림 시내 한복판으로는 이강(리쟝 漓江)이 흐른다. 그런데 산과 강이 현대식 건물들과도 매우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점심을 먹고 일행은 이강(리쟝 漓江)유람을 하였다. 이강유람은 계림여행의 하이라이트다.  산과 강이 어우러진 계림의 진면목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유람선을 타고 바라본 계림의 산수는 확실히 장가계나 황산과는 또다른 특색이 있다. 어떤 이는 장가계(張家界)의 경치를 남성에 계림의 산수를 여성에 비유한다. 확실히 계림의 산수는 스케일이 크고 웅장한 장가계에 비해 우아하고 다소곳한 면이 있다. 계림은 산의 곡선도 무척 부드럽고 단아하다. 계림 산수의 특징은 네가지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그것은 산청(山靑), 수수(水秀), 동기(洞奇), 석미(石美)다. 산이 푸르고 아름다우며 강과 호수의 경치가 빼어나고 기묘한 동굴이 많고 아름다운 돌들이 많다는 뜻이다. 계림은 그 자체가 한폭의 동양화다. 이는 수백만년동안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에 더욱 신비롭고 아름다운 것이리라.


이강유람을 마치고 일행은 관암동굴을 구경했다. 계림에는 동굴이 매우 많다. 관암동굴은 장가계의 황룡동굴처럼 매우 스케일이 크고 아름다운 동굴이다. 동굴 안에는 온갖 형태의 종유석과 석순들이 있다. 동굴 안에는 호수도 있는데 보트를 타고 둘러볼 정도로 매우 크다. 관암동굴에는 또한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다. 일행은 모노레일을 타고 동굴 밖으로 빠져 나왔다.



저녁 식사후에는 '산수간쇼'라는 춤과 서커스가 어우러진 공연을 보았다. 산수간쇼의 하이라이트는 원형케이지 안에서 다섯대의 오토바이가 빙빙 도는 오토바이묘기였다. 한순간의 실수도 허락하지 않는 아찔한 공연인데 한치의 오차도 없이 묘기를 보여주는 다섯명의 연기자에게 아낌없는 박수가 쏟아졌다. 쇼를 보고 간단히 발마사지를 한 후에 계림여행 첫째날 일정을 모두 마쳤다.

이튿날, 조식 후에 우산공원, 복파산, 정강왕성을 차례로 구경하였다. 우산공원은 아름다운 정원과 호수가 있는 시민들의 휴식공간이다. 계림은 어디를 가도 산과 호수가 많기 때문에 공원이 많다. 복파산은 계림의 산봉우리중 하나로서 한나라의 복파장군 마원을 기리기 위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마원은 베트남과의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장수라고 한다. 복파산 정상에 올라가면 역시 계림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산의 바위 암벽 곳곳에는 여러 불상 조각들도 볼 수 있었다. 계림은 산과 물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하지만 보면 볼수록 현대식 거리와도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계림은 자연과 사람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곳이라는 느낌이 든다. 정강왕성은 명나라 태조 주원장의 후손이 정강왕에 백봉되었을 때 지은 왕성이다. 정강왕성은 궁성과 정원 그리고 인공호수가 아름답게 조성된 곳이다.



계림 시내의 도로 풍경을 보면 오토바이 탄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오토바이는 계림 뿐만 아니라 중국 대부분 도시에서 시민들의 주요 이동수단이다. 예전에는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였으나 이제 자전거는 거리에서 거의 사라졌고 오토바이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중국 서민들이 가장 애용하는 교통수단이 되었다. 오토바이에 아이를 앞에 태우고 가는 주부들의 모습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면 우리가 중국에서 흔히 보는 이륜차는 오토바이가 아니다. 그것은 충전식 전기 자전거다. 오토바이는 휘발유로 가지만 충전식 자전거는 전기를 동력으로 간다. 또한 오토바이는 엄격히 헬멧을 착용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륜차는 헬멧을 쓰지 않아도 된다. 또한 충전 비용도 매우 저렴하여 한달에 우리돈 8천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중국의 도로는 길 양편으로 이륜차 전용도로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륜차를 이용하고 있다.

점심식사후에 양삭(양수오 阳朔)로 갔다. 양수오는 계림에서 남쪽으로 70km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곳으로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라고 불린다. 양수오로 가는 길에 '세외도원'이라는 곳을 들렸다. 세외도원은 호수를 보트로 유람하면서 아름다운 산수와 좡족,동족,묘족등 광시성에 거주하는 소수민족들의 문화를 감상하는 일종의 테마파크다. 도화원기를 지은 도연명이 무릉도원이라고 말했던 곳이 바로 여기라는 해설판의 설명이 보인다. 그래서인지 보트가 동굴을 통과하자 꽃이 흐드러지게 핀 복숭아나무가 있었다. 일행은 양수오에서 발마사지를 받은 후에 호텔에서 저녁을 먹었다. 중국여행에서 마사지는 필수코스이지만 양수오에서 받았던 발마사지는 정말 오장육부가 편안해질 정도로 시원했다.

저녁식사후 '인상유삼저(印象刘三姐)'라는 공연을 보았다. '인상유삼저'는 중국 영화의 거장 장이모 감독이 연출한 것으로 유명한 공연이다. 이 공연은 계림의 산수를 배경으로 계림의 전통문화와 현대적 가무를 접목시킨 가무쇼로 630명의 인원이 출연하는 매우 스케일이 큰 공연이다. 또한 이강과 산을 배경으로 야외에 무대가 펼쳐져 있는 점이 특이하다.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이 공연에 등장하는 노젓는 사공과 노래하는 아이들은 모두 이곳 주민들이라는 점이다. 공연장에는 4천석의 좌석이 있지만 거의 매일 만석이 될 정도로 인기 있는 공연이다. 유씨집안 셋째 딸이라는 뜻의 '유삼저'는 60년대 TV 드라마로 방영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작품인데 이것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것이다. '인상유삼저'는 거장 장이모 감독의 무대연출이 돋보이는 예술성이 매우 뛰어난 작품이다. 중국은 어느곳을 가도 이처럼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접목한 훌륭한 가무쇼를 볼 수 있고 대부분의 공연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항저우에 가면 '송성가무쇼'를 볼 수 있는데 13년동안 5500만명이 관람을 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서울이나 제주도에 '아리랑'을 주제로 스케일이 큰 공연을 만들려고 했지만 실패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관람인구가 적기 때문에 투자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양수오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다음날 아침 다시 계림으로 돌아와서 천산공원과 요산을 구경했다. 천산(穿山)은 산중턱에 큰 동굴이 앞뒤로 뻥 뚫려 있는 기이한 산이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계림의 산은 이처럼 동굴이 매우 많다. 그래서 아름다운 동굴이 계림산수의 또하나의 특색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구경한 요산은 계림의 3만 6천봉 가운데 가장 높은 산으로 정상까지는 리프트를 타고 올라갔다. 요산은 900m 남짓한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이지만 리프트를 타고 올라갈때는 상당히 아찔하다. 요산 정상에서 바라본 계림의 산 봉우리들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 가운데 마치 부처님이 누워 있는 모습 즉 와불의 형상을 한 봉우리들의 모습이 매우 독특했다. 해설판에는 현존하는 와불 가운데 가장 큰 것이라고 써 있었다.

요산을 끝으로 계림 투어를 모두 마쳤다. 10월 중순인데도 30도를 웃도는 아열대의 날씨 속에서 천하제일의 산수라는 계림의 경치를 감상하였다. 계림은 우아하고 정적이며 동양적인 풍취가 물씬 느껴지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