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17일 월요일

라마 크리슈나의 일갈(一喝)

서구식 사고에 심취한 한 사람이 라마크리슈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에게 자선을 베풀고 무지한 자들에게 교육을 펴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나라의 물질적 조건을 개선시키는 것, 이 모든 것이 지금 우리의 의무가 되어야 합니다. 종교의 외침과 포기에의 의지는 우리를 나약하게 할 뿐입니다."

라마크리슈나는 그를 찬찬히 훑어보았으나 그의 내면에서 신의 빛을 발견할 수 없었다.
"당신의 이해 범위란 게 고작 그 정도요?" 그는 날카롭게 말했다. "당신은 영어책 한두 페이지 읽고서 세상을 다 알았다고 생각하고 있소.  당신이 어떻게 다른 이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지 내게 설명해 보겠소? 나는 당신이 그들을 돕겠다는 방식을 압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갖다주고, 그들이 병들었을 때 돌보아주고, 길을 닦거나 우물을 파는 것, 그게 전부 아닌가요? 물론 그것은 훌륭한 일이오. 하지만 우주의 광대함과 비교한다면 얼마나 하찮은 일이오? 그런 식으로 인간이 얼마나 진보할 수 있겠소? 오직 신만이 세상을 돌보는 것이오. 인간은 우선 신을 깨달아야 합니다. 인간이 먼저 신의 권위를 인정할 때 비로소 그분의 능력을 부여받는 것이오. 그렇게 될 때, 아니 그렇게 될 때에만 인간은 비로소 다른 사람들에게 선을 행하고자 생각하는 것이오. 인간은 먼저 모든 에고 의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때에만 지복의 어머니께서 그에게 세상을 위해 일하라고 명하실 것이오"

라마크리슈나는 자비처럼 보이고자 위장하는 자선을 신뢰하지 않았으며 사람들에게 그것을 경계하라고 주의를 주었다. 그는 대부분의 자선 행위에서 오직 이기주의와 허영심, 명예에의 욕구, 삶의 권태를 죽이려는 헛된 소동, 죄의식을 무마하려는 시도를 보았을 뿐이다.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자비란 신에 대한 사랑의 결과로서 생겨나는 것이며, 신을 예배하는 마음으로 인간을 섬기는 것이었다.

2011년 8월 28일 일요일

무의도 여행

얼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섬 무의도. 찾아가야 할 곳 리스트에 있는 것을 보고 토요일 아침 바로 무의도로 향했다. 가보고 싶은 곳이 있으면 미루지 말고 바로 가보라. 이것이 나의 여행 철칙이다.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까지 간 후에 222번 버스를 타고 잠진도 선착장까지 간 후에 배를 타면  된다. 

 무의도에서는 딱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버스에 몸을 실은 후에 해수욕장에서 내렸다. 하나개 해수욕장이라는 곳으로 팜플렛에는 국내 20대 해수욕장 중에 하나란다. 썰물때라 끝없이 펼쳐진 갯벌만 보였다. 바닷물이 있는 곳까지는 한참 걸어가야 한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터라 몇몇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하는 것이 보였다. 갯벌의 흙을 손으로 한 웅큼 집어 보았는데 부드러웠다.

하나개 해수욕장에서 갯벌 체험하는 것으로 무의도 여행은 종료. 등산코스도 두어 군데 있는데, 올라가보지는 못했지만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서해안의 경치가 무척 아름다울 것 같았다.  이런 작은 섬은 많이 걷는 것이 섬 여행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지만 무더운 날씨 관계로 강행군은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영종도 선착장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면서 어선이 정박해 있는 포구를 바라보며 섬의 정취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정류장으로 가는 도중에 어패류가 든 박스를 들고 가시는 한 아주머니가 힘들다며 박스를 좀 들어달라고 하길래 박스를 들어 주었다. 오랜만에 섬 여행도 하고 인심도 후하게 쓴 하루였다.

2011년 7월 2일 토요일

창덕궁 후원 탐방

오래간만에 창덕궁의 후원을 찾아갔다. 창덕궁 후원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에 등재된 곳으로 예약을 해야 하며 문화재 보호를 위해 자유 관람이 허용되지 않고 설명을 해 주는 가이드와 동반해야만 한다. 후원은 조선 후기 왕실의 휴식처로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한 점이 돋보인다. 
 정자와 전각들이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다. 자연속에 있기 때문에 더욱 가치있게 보이며, 정조이후의 임금들이 여름을 보냈다는 집은 일반 사대부의 집과 크게 차이가 없을 정도로 소박하다. 후원은 조선 후기의 멋과 문화를 감상하기에 좋은 곳이다. 얼마전 G20 정상회담 만찬이 열린 곳이기도 하다.
가이드로 들은 여담이지만 G20당시 호수의 물이 황토색이라 더러운 인상이 있어서 일시적으로 맑은 물로 교체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맑은 물은 오히려 주변경관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흙탕물처처럼 보이는 물색깔이 더 어울린다는 것이다. 역시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011년 5월 28일 토요일

담양 죽녹원과 순창 강천산 여행

담양 죽녹원 그리고 메타 세콰이어길. 여행의 명소로 오래전부터 들어왔던 곳인데, 토요일 하루 시간을 내서 찾아갔다. 여행사 국내여행 상품을 통해 가게 되었는데, 코스는 담양 죽녹원-메타세콰이어길-순창 강천산이었다. 여행사를 통해 가게 되면 자유로운 여행의 맛은 떨어지지만 비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짧은 시간에 많은 곳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바쁜 도시인들에게는 그래서 여행사의 국내여행 상품을 추천하는 바이다. 
담양 죽녹원 산책로
 담양하면 대나무가 떠오르는데, 그래서 죽녹원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으로 명성에 적지않은 버블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가 보기에 죽녹원은 대나무밭에 산책로를 조성한 그저 평범한 관광지였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더욱 그런 생각을 갖게 하는 것 같았다.
죽녹원 옆 관방제림길
 죽녹원 옆에 관방제림이라는 수백년 된 나무들이 있는 둑길이 있는데, 차라리 죽녹원보다 훨씬 운치있는 곳이다. 수백년된 나무들이 만들어주는 그늘길이 편안함을 주었고 꾸미지 않은 자연의 미를 느낄수 있었다.
담양 메타세콰이어길
담양의 메타세콰이어길도 여행지로 상당히 유명한 곳인데, 막상 가보니 아스팔트길에 좌우로 수십년된 메타세콰이어가 뻗어 있는 모습외에 특별한 인상은 없었다. 새롭게 고속도로가 나면서 도로를 폐쇄하려다 주민들의 반대로 유지하였다는데, 그래서 지금은 관광지로 조성된 곳이다.
강천산 등산로
 이번 여행의 백미는 순창의 강천산이었다. 강천산은 순창군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으로 구름다리로 유명한 곳이다. 입구에서 구름다리까지 왕복 2시간의 산책길은 푸른 자연과 함께할 수 있었던 소중한 체험이었다. 특히 구름다리에서 내려오는 길에 맨발로 황토흙을 밟으며 내려왔을때의 그 촉감은 아주 좋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만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림욕의 묘미를 맛 볼 수 있었다. 역시 여행지도 이름과 명성보다는 알려지지 않는 곳들이 꽤 가볼만한 곳들이 많이 있다. 사람들이 많으면 아무래도 오염이 되나보다.
강천산 구름다리
 강천산의 구름다리는 철로 만들어졌지만 교각이 없는 현수교기 때문에 다리를 건널 때 출렁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밑을 내려다 보니 아찔했다.
여행사 가이드가 이번 여행의 컨셉은 자연과 함께하는 웰빙여행이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여행은 자연주의와 자연속에서의 자신의 재발견이라는 컨셉이 대세가 될 것이다. 인간과 자연이 둘이 아닌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것, 그리고 자연의 흐름속에서 인간 존재의 뿌리를 찾을때 우리는 진정한 삶의 기쁨을 찾게 될 것이다. 강천산의 계곡에 발을 담그고 평화로운 주변 경치를 바라보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다.

여행 전체 사진 감상하기

2011년 3월 5일 토요일

청계산 트레킹

 온라인에서 고어텍스 등산화를 구매한 후 처음으로 청계산을 찾아갔다. 2주동안 산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에 청계산에서 모처럼 제대로 하이킹을 해보고 싶었다. 청계산은 2년반만에 오른다. 그동안 잘 찾아가지 못한 이유는 인천에서 멀기 때문이라는 편견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광역버스를 타면 약 1시간 20분 정도면 갈수 있기 때문에 지리적인 거리보다는 심리적인 거리가 더 멀었던 것 같다. 인천에서 청계산을 가려면 양재역까지 광역버스를 타고 간 후 지선버스나 간선버스로 청계산 입구까지 들어가야 한다. 토요일이라 양재역에서 청계산 가는 버스는 등산객들로 터질 정도였다. 한편으로는 등산인구가 많아졌다는 얘기가 되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서울시나 자치단체가 등산객들의 교통편의를 외면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숨막힐 정도로 사람들을 가득 태운 버스를 타고 청계산 입구에 내리니 산행의 즐거움은 커녕 욕부터 나올 정도였다.
청계산을 오르면서 등산 문화의 두가지 변화가 느껴졌다. 첫째, 예전에 비해 등산객들이 엄청나게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제 등산은 최고의 국민스포츠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등산로를 빼곡이 채운 사람들 때문에 걷기가 불편할 정도였다. 둘째, 여성과 젊은층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특히 등산을 가장 싫어한다는 20대 여성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등산은 이제 남녀노소 불문하고 온국민의 사랑을 받는 운동이 되었다. 그러나, 등산인구는 늘어났지만 한편으로는 진정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늘었는지 궁금하다. 왁자지껄 떠들면서 산행을 하는 모습과 여기저기 둘러앉아 푸짐하게 음식을 먹는 모습들을 보면 산을 사랑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웰빙 바람 때문에 고급 등산복을 차려입고 산에 올라오는 사람들은 많아졌지만 겉만 번지르르했지 제대로 등산을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주변 경치를 감상하면서 그리고 자신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산에 오르는 것 이것이 진정한 등산의 묘미라고 할 수 있는대 말이다.
청계산을 오르면서 산세의 깊이를 다시한번 느낄 수 있었다. 청계산은 높지는 않지만 능선이 비교적 넓게 펼쳐져 있다. 산에 오르면 오를수록 점점 더 산의 전체적인 윤곽이 눈에 들어온다. 3월초지만 아직 산 정상에는 눈이 녹지 않아서 신비로운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신비롭고 아름다운 경치 때문에 연신 카메라를 들이댈 수 밖에 없었다. 

오늘 산행 코스는 청계산 입구에서 원터골 쉼터를 거쳐 매봉 정상에 올라간 후 석기봉과 이수봉을 거쳐 청계사 하산로로 내려오는 길을  택했다. 이 코스가 청계산의 주 등산로라고 할 수 있는데, 대략 대략 4시간 코스라고 보면 된다. 매봉까지는 목재 계단로가 설치되어 편하게 올라갈 수 있지만 매봉에서 석기봉으로 넘어가는 코스는 땅이 매우 질은데다 길이 꼬불꼬불해서 쉬운 길이 아니다.
하산로에 있는 청계사에 잠시 들렀다. 청계사에는 거대한 와불이 있다. 자갈로 많든 듯한데, 마치 부처님이 입멸하실 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인도 쿠시나가라에도 부처님의 입멸상이 있는데, 크기는 청계사의 와불이 훨씬 크다. 청계사는 오래된 절이지만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절은 아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약 3시간 반에 걸쳐서 산행을 했다. 산을 어느정도 타 본 경험으로는 3~4시간 정도의 산행이 가장 적당한 것 같다.  한두시간의 산행은 트레킹이라고 볼 수 없고, 반면 4시간이 넘어가면 지루할 뿐만 아니라 체력 소모도 크다. 3,4시간 정도의 산행이면 크게 무리하지 않는 제대로된 하이킹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청계산은 관악산에 비해서 능선의 높낮이도 크지 않고 바위길도 많지 않아서 비교적 산행이 수월한 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피카사웹 앨범에서 전체 사진 감상하기

2011년 1월 1일 토요일

1월 2일 눈덮인 계양산

1월 2일 계양산을 올라갔다. 지난주에 눈이 많이 와서 계양산의 설경을 보고 싶었다. 눈덮인 계양산은 신비한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 설경을 감상하기 위해서 굳이 태백산이나 지리산에 갈 필요가 있을까? 이렇게 가까운 산에서도 얼마든지 겨울산의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나는 일요일마다 계양산에 가는 가장 큰 이유는 산이 내게 무한한 영감을 주기 때문이다. 집안이나 실내에서 편안히 있을 때와는 사뭇 다른, 자연과의 교감이 삶에 생명력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그러한 생명력이 결국 살아가는 원초적인 에너지가 되는 것이다. 산은 내게 있어서 삶의 에너지를 충전시켜 주는 곳이다. 산행은 고행이자 일종의 수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고행은 삶에서 필수적인 것이고 그것을 통해서 우리는 삶의 의미와 행복 그리고 자유를 얻게 된다. 산행은 곧 명상이다.

피카사 웹앨범에서 전체 사진 감상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