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2일 월요일

김종인과 환관정치

국힘당 전 비대위원장 김종인이 오세훈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선을 야권의 승리로 규정한 안철수에게 '건방지다'라며 막말을 했다. 그러면서 보궐선거 승리는 야당의 승리가 아닌 국힘당의 승리라고 정의했다. 그런데 안철수와 오세훈의 단일화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당승리의 결정적 포인트라는 것을 모르는 시민들은 없다. 만약 안철수가 3자대결을 무릅쓰고 출마했다면 민주당이 어부지리로 승리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종인의 안철수에 대한 폄훼와 막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안철수는 지난 대선 20%가 넘는 득표를 했고, 여론조사상으로도 야권에서 2위를 달리는 중도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여기서 우리는 김종인의 정체가 무엇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김종인은 당원들의 지지로 선출된 당대표도 아니고 그저 지난 총선 전 국힘당이 중도포지션을 강화하기 위해 영입한 인물이다. 국힘당이 총선에서 참패하자 그는 황교안을 대신해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되었고 이번 보궐선거까지 국힘당의 얼굴마담 역할을 해왔다. 김종인은 보궐선거의 승리가 국힘당의 승리이고, 자신이 국힘당을 이끌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터무니없는 착각이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야권이 대승한 것은 김종인과는 무관한 것이다. 문재인정권의 실정에 대한 민심의 이반이 심했고 그로 인해 국힘당이 반사이익을 얻은 것에 불과했다. 김종인은 더 나아가 자신이 야권 대선후보를 책봉하는 상왕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자신이 점지해주면 누구든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황당한 주장과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김종인의 배후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그의 행보는 거의 국부 또는 태상왕처럼 보인다. 하지만 엄밀히 보자면 김종인은 상왕도 아니고 십상시처럼 권력을 농단하는 늙은 환관일 뿐이다. 지난 10년 동안 그는 민주당과 국힘당을 오가며 선거 브로커 역할을 해왔다. 그는 중도의 아이콘으로 인식되어 그를 영입하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이상한 믿음이 퍼져 있다. 하지만 그는 거대정당에 빌붙어 간교한 화술과 행동으로 정치판에 기생하는 환관에 불과하다. 그는 중도의 아이콘이 아니라 중도를 이용해먹는 박수무당일 뿐이다. 최근 중도의 대표주자인 안철수를 능멸하는 모습에서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말았다. 그는 중도를 대변하지도 못하며 거대정당에 들러붙어 온갖 권모술수로 권력을 농단하는 현대판 환관이다. 21세기에 환관정치가 대한민국에서 부활한 것이다. 김종인처럼 거대정당에 기생하면서 수렴청정하는 늙은 환관들이 득세하는 한국정치는 왕조시대로 퇴보하는 듯하다. 환관정치가 횡행하는 정치판에서 민주주의는 사실상 그 의미를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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