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7일 목요일

신자유주의와 크라운 치료

지금으로부터 반년 전, 아랫쪽 어금니가 씹을때마다 시큰거려서 동네에 있는 한 치과의원을 찾아갔다. 의사는 치아에 금이 갔을 확률이 높다며 내게 신경치료를 권유했다. 그런데, 신경치료를 받고 난 후에야 나는 신경치료가 치아의 신경을 죽인 후에 겉을 깍아내고 크라운이라는 보철물로 씌우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상당히 기분이 나빴다. 치아를 완전히 못쓰게 만들어 놓는 것이 바로 신경치료였던 것이다. 그런데 더욱 기분 나빴던 것은 수차례에 걸친 신경치료과정이 매번 마취를 해야 할 정도로 힘들고 때론 찌릿찌릿한 통증이 느껴지는 고통스런 치료라는 것이었다. 한번은 심한 통증이 느껴져서 치과의원을 다른 곳으로 바꾸었고 그곳에서 신경치료를 마무리 했다. 그리고 신경치료를 받고 깍아낸 치아에 크라운을 씌웠다. 치아색과 비슷해서 금보다는 사기가 낳을 것 같아서 나는 사기로 된 크라운을 선택했다. 그런데, 2달 후 음식을 씹다가 끝부분이 깨지는 바람에 기존의 크라운을 제거하고 새 크라운을 씌웠다. 의사는 음식을 씹다가 깨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끝부분을 메탈로 처리한 크라운을 씌워 주었다. 그로부터 4개월 후 어느 날 뜨거운 국물을 먹다가 어금니가 욱식욱신하면서 아프기에 다시 병원을 찾았더니 의사는 교합이 안맞아서 그렇다면 크라운을 갈아서 교합보정을 해주었다. 의사는 신경치료 받은 치아에는 문제가 없으며 치아 인대가 늘어나서 그렇다며 시간이 지나면 낳아 질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만히 있어도 어금니가 욱신욱신하는 증상이 나타났다. 그래서 이번에는 대학치과병원을 찾았다. 대학병원이 동네치과보다는 공신력이 있고 꼼꼼하기 점검해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확실히 대학병원은 환자의 말만 듣고 어림짐작으로 증상을 판단하지 않고 X-레이와 CT촬영까지 하면서 꼼꼼히 점검하였다. 증상을 살펴본 대학치과병원 레지던트의 소견은 치주에 염증이 있거나, 아니면 신경치료가 덜 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한 크라운 안쪽에 남아있는 치아에 균열이 생겼을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만약 안쪽 치아에 균열이 생겼을 경우 발치하고 임플란트를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한다. 수십만원을 주고 고생을 해가며 받은 크라운 치료가 반년도 버티지 못하고 발치를 해야만 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애시당초 어금니가 시큰거렸을 때 동네치과를 찾지 않고 대학병원을 찾았더라면 신경치료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어금니는 지금도 멀쩡히 남아 있었을 지도 모른다. 동네마다 치과병원들이 성행하고 있다. 거의 왠만한 큰 건물에는 치과의원이 하나 정도는 있을 정도다. 그만큼 치과시술이 돈이 되는 과목이기 때문에 개인치과병원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단지 돈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환자의 증상을 어림직작으로 판단하여 비싼 크라운이나 임플란트를 권유하는 의원들이 꽤 많다는 점이다. 그 수많은 동네 치과의원들이 만약 스케일링이나 가벼운 충치치료만 한다면 생계비조차 벌기 힘들 것이다. 때문에 가벼운 충치로 찾아온 환자들의 치아를 깍아내고 금이빨로 씌우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멀쩡한 환자의 치아에 크라운을 씌우고 임플란트를 시술하는 것이 정말 올바른 치료일까? 이것은 분명 신자유주의의 어두운 단면이다. 동네치과병원들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익을 올려야 한다. 그러나, 오직 경쟁에서 살아남고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 가벼운 충치치료만 해도 되는 환자의 치아를 크라운을 씌우고 임플란트를 한다면 그것은 의술이 아닌 사악한 상행위에 불과한 것이다. 그것은 환자의 행복을 침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사회를 병들게 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의료업계마저 병들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