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11일 금요일

발해는 한민족의 역사인가?

과거에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시기부터 후삼국으로 분열되기까지의 시기를 통일신라시대라고 불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 시기를 발해를 포함한 남북국시대로 부르고 있다. 이는 발해를 한국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국가로 보는 역사관을 반영한 것이다. 발해는 고구려가 멸망한 후 중국의 동북지방과 러시아의 연해주 일대에 세워진 국가이다. 한국의 역사학자들은 발해를 고구려 유민과 말갈족이 연합해서 세운 국가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국,러시아,일본의 사학자들은 발해를 고구려나 한민족과는 무관한 국가로 보고 있다. 중국은 고구려와 발해를 중국의 소수민족들이 세운 지방정부로 보고 있다. 한편 러시아는 발해를 말갈족(만주족)이 세운 국가로 보고 있다. 통일신라시대 이후 삼국사기를 편찬한 김부식등 한반도의 역사가들도 일관되게 발해를 한민족의 역사에서 배제하였다. 삼국시대에는 고구려, 백제, 신라사이에 같은 민족이라는 의식조차 형성되지 않았다. 발해를 한민족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최초의 시도는 조선후기 실학자들에 의해서였다. 그들이 발해를 한민족의 역사로 편입하고자 한 이유는 조선후기 내부사회의 모순과 이에 대한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은 증거가 부족하였다. 만약 발해를 한민족의 역사로 본다면 발해의 영토였던 만주와 연해주를 잃어버린 한민족의 실지로 인식하게 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는 중국뿐만 아니라 러시아와도 정치군사적 마찰을 일으키게 할 소지가 있는 부분이다. 일본이 과거 조선을 병합할 때 내세웠던 명분은 조선과 일본의 조상은 하나라는 것이었다. 일본의 침략자들은 일본과 조선은 하나의 민족이므로 일본의 조선합병은 정당하다는 논리를 폈다. 히틀러가 오스트리아와 체코를 병합할 때도 같은 논리를 폈다. 오스트리아와 체코는 혈통상 게르만민족이기 때문에 같은 게르만족인 독일이 병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파시즘적 확장주의 역사관이다. 발해를 한민족의 역사로 인식하는 것 또한 확장주의 역사관이다. 한민족은 통일신라이후에 한번도 영토확장을 꾀해본적이 없다. 한민족은 천년에 걸쳐 거란족, 몽고, 후금, 왜, 일본등으로부터 끊임없는  침략을 받았다. 그러나 한민족은 단 한번도 침략전쟁을 일으킨 적이 없다. 이것은 한민족의 소중한 전통이다. 한민족은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다. 한민족은 앞으로도 영토확장을 꾀하거나 침략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발해를 한국사로 편입하고 남북국 시대를 주장하는 확장주의 역사관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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