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27일 일요일

우크라이나 사태와 향후 국제질서의 변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작전이 시작된지 한달이 지났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키에프와 돈바스 등지에서 치열한 교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 서구 동맹국들은 러시아에 대해 최강의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무기 등 군사적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는 미지수지만 이번 사태가 세계경제와 국제질서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는 충분히 예상이 가능하다. 확실한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는 서구중심세계가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것이다. 대항해시대 이후 세계를 지배했던 유럽과 서구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궁극적으로 서구와 비서구의 대결이고 세계의 역사는 중대한 전환점에 이르렀다. 코로나 판데믹 이후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서구중심의 자본주의 경제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돈만 풀면 경기가 회복되고 기술발전이 뒤따라주어 세계경제가 다시 상승하리라는 믿음은 이미 무너져 버렸다. 기술발전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고 양적완화로 인한 경기부양효과는 이제 없다. 양적완화는 국제유가와 곡물가격의 상승 등 인플레이션만 야기하면서 세계경제를 짓누르는 주범이 되고 있다. 이 모든 현상들이 서구중심의 세계경제시스템이 붕괴하고 있는 징조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과 서구가 러시아에 가한 경제제재는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을 더욱 상승시키고 있으며 이는 세계경제의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다. 그럼에도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더욱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과 인도 등 비서구 국가들에게도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헛수고에 불과하다. 중국과 인도는 서세동점 시대 서구열강의 침략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국가들이다. 무엇보다 중국과 인도는 국민들 사이에서 반서구 정서가 매우 뿌리깊게 형성되어 있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과 인도가 자신들의 편에 서리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착각이다. 뿐만 아니라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들과 아프리카 국가들 그리고 베트남 등 반서구 정서가 강한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서방의 경제제재는 러시아의 비서구화를 촉진시킬 것이다. 러시아는 서구와의 관계에서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경제와 기술분야에서 자급능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서구와의 교역 단절로 인한 어려움은 중국 인도 등 비서구권과의 교역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수많은 서방기업들이 러시아와를 떠났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들은 광대한 러시아 시장을 잃어버린 것이고 수익감소로 인한 손해는 고스란히 자신들의 몫이다. 한편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는 달러화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달러외환 보유고를 동결시키고 SWIFT에서 배제시킴으로서 러시아를 국제달러거래에서 완전히 배제시키려 하고 있다. 이는 오히려 국제무역거래에서 비달러 거래를 증가시켜 달러화의 위상을 추락시키는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푸틴은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수입하는 나라들은 앞으로 루블화로 결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달러화는 향후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상실할 수도 있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는 단기적으로는 러시아 경제를 위축시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세계경제에 더욱 큰 치명타를 안기게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근본원인은 미국의 과도한 패권주의와 팽창주의 때문이다. 미국은 냉전종식 이후 자신들이 세계를 지배하는 일극적 세계지배체제의 완성을 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러시아를 붕괴시켜야만 하는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붕괴시키기 위한 일종의 수단이다. 하지만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와 압박은 오히려 서구경제를 궁지에 몰 가능성이 높고 이는 미국의 일극적 세계지배에 대한 환상을 붕괴시키는 역할만 할 것이다. 냉전종식 이후 미국과 서구는 자신들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일극적 세계지배체제는 사실상 존재하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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