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8일 일요일

타이완(臺灣) 여행

11월 5일부터 8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타이완(주로 타이베이)을 여행하였다. 타이완 여행은 세미패키지 프로그램으로 하였는데 교통이 편리한 타이베이 시내는 자유여행, 타이베이 외곽의 관광지는 패키지로 여행을 하였다.

타이완 여행 첫날, 타이베이 송산공항에 도착하여 가이드의 안내로 중정기념당, 롱산쓰(용산사 龍山寺), 화시지에 야시장을 방문하였다.


 
중정기념당(中正記念堂)은 장개석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기념관이다. 장개석은 국공내전에서 패배하여 타이완으로 쫒겨난후 1975년 죽일 때까지 일다독재로 타이완을 통치하였다. 국공내전에서 장개석의 국민당이 모택동의 공산당에게 패한 결정적인 이유는 중국민중들에 대한 국민당정부의 과도한 약탈과 착취 때문이었다. 장개석은 중국에서 약탈한(?) 엄청난 재물과 전세계 화교들의 지원에 힘입어 타이완을 아시아의 네마리 용 가운데 하나로 만드는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타이완(중화민국)의 정치적 위상은 중화인민공화국의 부상과 함께 점점 위축되어 UN상임이사국 지위마저 박탈당하였다. 한편으로 중화민국은 상해임시정부를 최초로 인정한 정부였다. 그리고 장개석은 김구주석과 임시정부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였고 조선의 독립을 적극 지지하였다. 카이로 회담에서 조선의 독립이 명문화된 것도 장개석의 공이었다. 때문에 장개석은 한국현대사와도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물이다. 현재 타이완은 UN회원국도 아니고 타이완을 국가로 인정하는 나라는 22개국에 불과하다. 그것도 대부분은 태평양의 섬나라등 소국들이다. 타이완은 중국은 분명 아니지만 외교적으로 독립국가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의 나라다. 


롱산쓰(용산사)는 타이베이 시내에 위치한 불교사원이다. 타이완은 도교의 전통이 강한 나라로 불교사원들에도 도교적 요소가 많이 융합되어 있다. 용산사에도 도교에서 숭앙하는 관우신이 모셔져 있다. 화시지에 야시장(夜市場)은 롱산쓰 바로 옆에 있는 재래시장으로 주로 먹거리가판대들이 즐비한 먹자골목이다. 타이완은 일년 내내 더운 날씨가 지속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재래시장들은 오후나 저녁때 붐비는 야시장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타이완 여행 둘째 날. 자유여행으로 고궁박물관, 타이베이101 주변, 시먼딩 거리, 스린(士林) 야시장을 둘러보았다. 
고궁박물관은 아시아 최대의 박물관으로 중국의 역대 유물들이 전시된 곳이다. 이 곳에 전시된 도자기등 유물들은 모두 장개석이 대륙에서 건너오면서 가져온(약탈해온) 것들이다. 고궁 박물관에서는 신석기시대부터 중화민국까지 중국의 중요 문화유산들을 볼 수 있으며 타이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타이베이101(타이베이 세계금융센터)은 타이베이를 상징하는 초고층 빌딩으로 2003년에 완공되었으며 높이가 무려 508m에 달한다. 타이베이101은 2010년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가 완공되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다. 타이베이101은 저층부와 지하는 쇼핑몰, 중간층은 비지니스 용도, 최상층은 전망대로 사용되고 있다. 타이베이101은 세계 최고층 빌딩 지위는 넘겨주었지만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의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유명하다. 타이베이101 주변으로는 백화점과 쇼핑몰이 밀집해 있다. 

시먼(西門)딩 거리는 타이베이의 명동거리로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쇼핑거리다. 시먼딩 거리에는 주로 의류, 잡화, 패션, 화장품가게들이 밀집해 있으며 주로 젊은층들을 겨냥한 마케팅을 하는 곳이다. 
스린(士林)야시장은 가게들이 들어선 골목이 끝없이 이어져 있는 타이베이 최대의 야시장이다. 특히 저녁무렵과 밤에는 인산인해로 발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성업을 하고 있는 야시장이다. 스린야시장은 의류,신발,잡화는 물론 온갖 종류의 먹거리가게들이 이어져 있다. 스린야시장은 타이베이 시민들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도 즐겨찾는 관광코스이지 흥겨운 쇼핑거리이다.

타이완 여행 삼일째. 패키지 일행과 함께 예류(野柳)지질공원, 진과스(金瓜石), 지우펀(九份), 스펀(十分)을 방문하였다. 

예류지질공원은 타이베이에서 버스로 약 4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풍화작용에 의해 갖가지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는 바닷가의 사암들을 감상할 수 있다.  
진과스는 19세기 말부터 일제통치시기에 금광이 있던 광산마을로 현재는 관광지로 탈바꿈된 곳이다. 일본은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1895년부터 1945년 2차대전에서 패망하기까지 타이완을 통치하였는데 식민시절 이곳에서 생산된 금은 대부분 일본으로 보내졌다고 한다.
 지우펀은 영화 '비정성시'로 유명한 마을로 진과스와는 고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비정성시는 2.28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2.28사건이란 1947년 장개석정부가 국민당정부에 저항하는 타이완주민들을 무력으로 제압한 사건으로 타이완 현대사의 오점으로 남아있는 사건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정부군의 무력진압으로 약 3만에서 5만명의 타이완 주민들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픈 역사의 배경이 된 지우펀은 현재는 수많은 방문객으로 붐비는 관광지가 되었다. 상점들이 들어선 좁은 거리를 끝없이 따라가다보면 좁은 계단길이 나오는데 워낙 관광객들이 많아서 이제는 조용한 시골동네의 정취는 느낄 수가 없다.
 스펀은 철도역이 있던 시골마을인데 현재는 천등을 날리는 관광지가 되었다. 이곳에서는 철길위에서 관광객들이 각자 소원을 적은 천등을 하늘로 날려보내는데 하늘위로 올라가는 천등을 끊임없이 볼 수 있다.

타이베이 시내로 돌아와서 용캉제거리를 둘러본 후 타이베이101 전망대를 올라갔다. 세계 최고층 빌딩의 지위를 잃어버린 타이베이 101은 이제는 세계 최고속 엘리베이터를 보유한 빌딩이라고 홍보한다. 5층에서 384m에 위치한 89층 전망대까지 약 35초면 올라가는데 정말 눈깜짝할 사이에 올라간다. 타이베이 101은 지진과 태풍에도 견딜수 있도록 설계되었는데 그 비밀은 거대한 추에 있다. 타이베이101은 꼭대기에 660톤짜리 추를 매달아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추가 흔들리면서 균형을 잡도록 되어 있다. 때문에 얼마전 초특급 태풍이 타이완을 강타했을 때도 타이베이101은 끄떡없이 버틸 수 있었다고 한다. 타이베이101전망대에서는 타이베이시를 동서남북으로 모두 조망할 수 있는데, 전망대에서 바라본 타이베이의 야경 또한 매우 훌륭하다.
타이베이101 관람을 끝으로 3박4일 타이완 여행을 마쳤다. 타이완은 3만6천제곱킬로미터의 국토면적에 2천3백만명이 살고 있는 인구 초과밀국가다. 그나마 국토의 70%는 산악지대이기 때문에 체감으로 느끼는 인구밀도는 훨씬 높다. 지하철(MRT)을 타보면 타이완의 높은 인구압을 실감할 수 있다. 

타이완은 50년간의 일제통치시기를 겪어서인지 일본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일본과 비슷한 면이 많다고 알려졌다. 여성들의 화장이나 패션스타일도 일본과 유사한 점이 많다. 그리고 타이완에는 일본관광객들도 많이 온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타이완은 일본과 유사한 면 보다는 중국문화가 더 우세하다. 타이완이 일본과 비슷한 면도 있지만 그것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타이완은 그저 타이완이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행기간중인 11월 7일 싱가포르에서 시진핑과 마잉주의 역사적인 양안정상회담이 열렸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이후 66년만의 역사적인 회담이다. 국민당 정부는 지금까지 친중국적인 행보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야당인 민진당은 '타이완의 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타이완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타이완의 경제를 위해서는 중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당분간 타이완은 독립등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실리적 노선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타이완이 독립을 시도하지 않는한 무력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며 현재와 같은 교류협력을 통해 우호적인 양안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타이완의 독립은 양안관계를 언제든 냉각시킬 수 있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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