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9일 일요일

미국과 변방의 적(敵)들

작금의 국제정세에서 한가지 중요한 흐름을 읽어낼 수 있다. 그것은 미국을 축으로하는 서방(West)과 비서방(Non-West)또는 변방(Rest)세력간의 대결구도이다. 미국과 유럽은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정치 경제적 지위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반면 중국,러시아,브라질,인도등 브릭스(BRICS)국가들의 정치적 경제적 위상은 상승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중심축은 서방에서 브릭스등 비서방국가들로 이동하고 있다. IMF는 올해 중국의 GDP가 PPP기준으로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미국의 달러화도 기축통화의 지위를 잃어버릴 것이다. 미국의 정치경제적 위상이 하락하면서 1991년 냉전 종식 이후 미국중심의 일극적(unipolar) 세계질서가 다극적(multipolar) 질서로 재편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 추세를 뒤집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은 자신의 패권적 지위를 위협하는 국가들을 적(敵)으로 간주하고 이들을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 미국이 적으로 생각하는 나라들은 러시아,중국,인도,브라질,이란이다. 구소련을 계승한 러시아는 미국패권의 최대 위협이 되고 있다. 냉전종식 이후 미국은 동유럽과 발틱3국을 NATO와 EU에 편입시켰으며 최근에는 구소련의 일원이었던 우크라이나와 몰도바,조지아마저 서방에 편입시키려 하고 있다. 미국은 NATO를 러시아의 국경까지 확장시킴으로써 러시아에 심각한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 NATO의 끊임없는 세력확장은 결국 러시아와 중국을 축으로 하는 상하이 협력기구(SCO)를 탄생시켰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서방과 러시아는 돌이킬 수 없는 대치상황으로 치닫고 있으며, 신냉전 시대의 도래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경제적 헤게모니와 달러패권을 위협하는 적들은 신흥경제대국인 중국과 인도, 브라질이다. 미국은 신흥 경제대국들의 환율가치를 떨어뜨리고 경제위기를 유발함으로써 이들 국가들의 경제적 부상을 막으려 하고 있다. 미국이 경계하는 또하나의 적은 끊임없이 핵보유국의 지위에 오르려는 이란이다. 만약 이란이 핵을 보유한다면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위상은 크게 흔들리게 된다. 때문에 미국과 유럽은 어떻게든 이란의 핵보유를 막으려 하고 있다. 이란과 시리아 헤즈볼라 하마스로 이어지는 이슬람 세력은 여전히 미국의 최대 적이다. 현재 세계에는 미국의 정치경제적 헤게모니를 위협하는 5개의 적대 세력이 존재한다. 그 5개의 세력이란 러시아를 축으로 하는 범슬라브세력, 중국을 축으로하는 동아시아세력, 브라질을 축으로하는 라틴아메리카세력, 인도를 축으로하는 제3세력, 이란을 축으로하는 이슬람세력이다. 냉전종식이후 미국은 코소보,아프가니스탄,이라크,리비아에서 일방적인 무력개입을 통해 자신의 세력을 확장해 왔다. 하지만 미국의 일방주의와 예외주의는 많은 적들을 만들었고 그럼으로써 미국은 자신의 패권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쇠락해가는 미국은 자신의 패권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결국 적들과의 대립을 선택했다. 오바마 집권 이후 미국은 중국,러시아,인도,브라질,이란등 변방국가들과의 대립과 갈등을 더욱 격화시키고 있다. 미국은 자신의 적들과 그 주변국가들에 끊임없 색깔혁명과 정권교체를 기도하고 있으며 환율과 유가조작등을 통해 적대국들의 경제를 붕괴시키려 하고 있다. 미국을 축으로하는 서방과 비서방국가간의 대립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냉전종식 이후 20년동안 미국이 누렸던 예외적 일방주의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미국이 다극적 질서를 거부하고 적들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수록 미국과 서방은 오히려 변방의 적들에 둘러싸여 고립의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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