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9일 토요일

북악산 산책로와 삼청동길

 오늘은 북악산 서울성곽을 찾아갔다. 어제 어느 블로거의 여행기를 보고 갑자기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러나 오늘의 북악산 투어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출구로 나오면 북악산 서울 성곽입구로 가는 셔틀버스를 탈 수 있다. 안국역에 도착한 시간은 정오 무렵, 토요일이라 북악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셔틀버스는 사람들로 터질 것만 같았다. 앞문으로 간신히 올라 탔으나, 차라리 그냥 걷는 게 낳겠다 싶어서, 종점에서 두어 정거장 전에그냥 내렸다. 그런데 카드를 대는 순간 1700원이 찍히는 것이었다. 환승이라 일,이백원의 추가요금이 나올 줄 알았는데, 그만 앞문으로 내리는 바람에 부정하차한 것으로 되어 기본요금에 추가요금이 부과된 것이다. 여행시작부터 기분이 언짢았다.  어쨌든 버스에서 내려 성곽 입구인 와룡공원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은 나무숲이 울창해서인지 산책하기에는 괜챦은 편이었다.


 와룡 공원에 도착해서 전망대에 서보니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오래간만에 도심 속 숲길에서 풀잎 냄새를 맡으며 산책을 하다보니 버스 추가요금의 불쾌함도 사라지고 북악산 산책로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그러나 그 설레임은 오래가지 못했다.


와룡 공원에서 북악산 산책로를 따라서 올라가다 보니까 탁트인 경관과 함께 주택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서울에서는 보기 드물게 아파트가 없는 동네였다. 바로 부자동네로 유명하다는 성북동이다. 그런데 멀리서 봐서인지 보통의 단독 주택과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았다.

말바위 안내소 가는 길이라는 표지판에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성곽길이 나타난다. 북악산 산책로는 일반인들에게 9:00-17:00 까지만 개방된다. 그리고, 등산로 집입 시 주민등록증을 명찰과 교환해야 하는 등 출입절차가 까다로운 편이다. 그런데 명찰을 교부해주는 안내소 입구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하도 줄이 길어서 안내소가 보이지도 않았다. 하릴 없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내려오는 사람들의 얘기가 들렸다. 오늘은 방문객이 너무 많아 명찰이 부족하여 들어가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화창한 주말이라 사람들이 많으리라고 예상은 했지만, 출입 인원 제한이 있는 줄은 미쳐 몰랐다. 대기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구경하기는 틀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1박2일이라는 TV 로그램에서 북악산 성곽을 촬영했다고 하다. 그래서인지 북악산 산책로가 갑자기 인기가 높아졌고 거기다 주말까지 겹쳐서 방문객이 증가한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내려오는 수 밖에 없었다. 내려오는 길에 삼청공원으로 가는 갈래길이 나타나는데, 삼청공원을 한번 구경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삼청공원으로 내려가는 길은 인왕산의 전망이 좋다는 것 빼고는 평범함 등산로에 불과했다. 그리고, 삼청공원은 운동기구 몇개 있는 동네 근린 공원 수준이었다.


  
 삼청공원을 빠져나오자 삼청동 거리가 나타났다. 좁은 거리에는 자동차들이 많았고, 한창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공사의 목적은 삼청동 서울 디자인 거리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보도블럭은 다 뜯어낸 상태였고, 건설장비들이 소음을 내며 공사를 하고 있었다. 북악산 산행을 하지 못해서 아쉬운 마당에 뙤약볕에 공사중인 길을 걷노라니 더욱 짜증이 났다. 공사중인데도 삼청동 거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맛집으로 소문난 음식점 앞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고, 일부 식당에서는 호객 행위를 심하게 하고 있었다. 공사로 인해 혼잡해진 상태에서 그런 모습들로 인해 거리가 더욱 어수선하게 느껴졌다.


삼청동길을 빠져나오니 경복궁 돌담길이 보였다. 이 길을 따라서 걸어가면 광화문이 나온다. 토요일 오후라 차가 도로를 빼곡히 채웠고 도로는 거의 주차장이었다. 




3호선을 타고 집으로 가기 위해 광화문까지 걸어 갔다. 경복궁 앞에는 주말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오랜만에 경복궁이나 한번 구경해 볼 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많은 인파와 한여름의 날씨 뺨치는10월의 무더위가 곧 그 생각을 접게 만들었다.
경복궁역 출구 바로 옆에서는 문화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퓨전 재즈를 연주하는 듯한 밴드가 공연중이었다. 잠시 공연을 보기 위해서 의자에 앉았다. 그런데, 아침 식사후 아무것도 먹지 않아 허기진 상태인데다 너무 많이 걸어서 몸은 지쳐 있었다. 더욱이 날씨마저 무더워서 오래 앉아 있기는 어려웠다. 공연 주최측에서는 관람객들에게 챙모자와 백설기 떡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다. 그러나 재즈 연주를 더 볼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다시 경복궁역으로 발길을 돌렸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