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23일 토요일

수리산 트레킹

경기도 군포에 있는 수리산을 찾아갔다. 아침 9시에 인천 계산동에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구로역까지 가서 천안행 전철로 갈아탄 후 금정역에서 내렸다. 구글맵에 15번 버스를 타라고 되어 있어서 15번 버스에 올라 탔다. 그러나 등산로 입구가 어디인지 몰라서 기사 아저씨께 물어보니 병목안 삼거리에서 내리면 된다고 하셨다. 버스에 내려서 또 몇사람에게 길을 물어서 등산로 입구를 찾았다. 수리산 안내도를 보니 수리산은 4개의 주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관모봉, 태을봉, 슬기봉, 수암봉이 수리산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니까 수리산은 계양산처럼 주봉이 한개인 산이 아니라 4개의 봉우리가 이루는 산들을 통칭하는 이름이었다. 이름이 왜 수리산이냐하면 마치 수리(독수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안내도를 보고 관모봉과 태을봉 그리고 슬기봉 3개의 봉우리를 올라가기로 했다. 등산로 입구에서 조금 올라가면 자연 학습장이 나온다. 여기에서는 여러 야생초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산에서 볼수 있는 흔한 야생화들인데 각각의 이름들이 있었다.


 관모봉은 해발 426m의 산으로 높지는 않지만 등산로는 가파르고, 오르기가 녹녹치 않다. 수리산을 처음에는 오르기 쉬운 산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관모봉을 오르면서 수리산이 만만치 않은 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등산객들이 별로 없었는데, 그만큼 쉽지 않은 산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간신히 관모봉까지올라가서 다시 태을봉으로 향하는 능선을 탔다. 관모봉을 오를때의 가파른 길에 비해 태을봉으로 가는 길은 비교적 수월한 편이었다. 태을봉은 수리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로 해발 489m의 산이다.
수리산 태을봉에서 저 멀리 관악산 연주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카메라를 최대한 줌인해서 찍어 보았다.

태을봉 정상에서 100m쯤 내려오면 전망대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군포시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이 곳 전망대는 주변 산세를 감상할 수 있고, 또한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어서 전망대로서는 매우 훌륭한 편이었다.
 태을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수리산의 주 능선은 수려하면서도 기개가 있어 보였다. 태을봉에서 슬기봉까지 이어져 있는 능선의 길이는 약 2Km다. 마니산의 암릉지대처럼 위험해 보이지는 않지만 길이는 훨씬 더 길어 보였다. 펼쳐진 능선을 바라보자 수리산의 진면목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또한 이곳이 숨겨진 명산임을 알 수 있었다.
수리산 정상에서 서울 외곽순환도로 산본터널의 모습이 보였다.


태을봉에서 조금 내려오면 암벽 능선 구간이 있다. 약간 위험해 보이기는 하지만, 저런 암벽능선이 나타날 때마다 담력을 기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하며 정면 돌파한다. 그러나 마니산에 비해서 암벽 능선 구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슬기봉으로 향하는 능선은 바위와 나무가 조화를 이룬 훌륭한 코스였다. 또한 수리산의 수려한 산세와 산 밑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이 많았다.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고 있었는데, 지나가는 아저씨가 안스러웠던지 사진을 찍어 주셨다. 아저씨 감사합니다.
특이한 것은 이곳의 바위들이 하얗고 윤기가 나는 것이 마치 대리석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물론 대리석은 아니겠지만 우리나라 산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화강암같지는 않아 보였다. 또한 저 바위들이 솟아있는 모습이 마치 맹금류의 부리 같아서 수리산이라는 이름이 생긴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수리산의 능선에는 굴참나무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산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나무는 신갈나무다. 특히 산 정상 주변의 나무들은 거의 대부분이 신갈나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코르크가 움푹 패인 굴참나무가 많은 걸로 봐서 이곳의 식물 생태가 다소 특이한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그러나, 나무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은 식물 생태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드디어 슬기봉 정상에 도착했다. 10월이지만 더위를 잘 타는 체질인 데다 산을 오르면 땀이 많이 나므로 반팔 차림으로 나왔는데, 어느덧 10월 말이라 산공기는 차가웠다.

슬기봉 전망대를 둘러본 후 다시 태을봉으로 돌아왔다. 슬기봉에서 태을봉까지 왕복 4km의 능선 트레킹을 한 셈이다. 태을봉 정상에서 독서의 숲이라는 이정표를 보았는데, 어떤 곳인지 보고 싶었다. 그래서 관모봉으로 가지 않고 독서의 숲 쪽으로 내려왔다. 산행은 올라갈 때는 힘들지만 보람이 있고, 내려올 때는 힘은 덜 들지만 쓸쓸하고 고독하다. 독서의 숲은 나무 벤치 몇개 놓여 있는 평범한 쉼터였다. 수리산 안내도에는 독서의 숲, 명상의 숲 등이 있었지만 이름에 인플레가 있어 보였다. 그러나, 나무와 흙이 있고 맑은 공기를 마실 수만 있다면 이름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수리산 산행을 마치고 궁내중학교 삼거리로 내려왔다. 트럭을 세워 놓고 과일을 파는 행상의 모습이 보이길래, 사과와 귤을 조금 사서 배낭에 넣고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수리산은 수려한 산세가 돋보이는 수도권 지역의 숨겨진 명산이었다. 수리산의 백미는 태을봉에서 슬기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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