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2일 토요일

마니산 트레킹

토요일을 맞아 강화도 마니산을 찾아 갔다. 인천 계산동 삼거리에서 90번 버스를 타고 강화읍 강화 터미널에서 내렸다. 강화도는 행정구역상 인천광역시에 속해 있지만 개발의 조류에서 한걸음 물러나 있는 곳이다. 따라서 도심에 비해 오염이 덜 된 곳이다. 
강화 터미널에서 내리자마자 주변 논의 쓰러진 벼들이 눈에 띄었다. 태풍 곰파스와 폭우 때문으로 보인다. 쓰러진 벼들을 보면서 아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올해는 폭염과 잦은 비로 인해 벼와 밭작물의 작황이 좋지 않다고 한다.
 토요일 오전 강화 터미널의 한가로운 모습. 강화터미널은 강화도의 교통 허브로 이곳에서 출발하는 군내버스를 타면 강화도 곳곳으로 갈수 있다. 그러나, 노선당 운행 횟수는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보통 1시간 정도의 간격으로 운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8시 50분 쯤에 도착했는데 정수사 가는 버스는 10시에 출발이라고 시간표에 적혀 있었다. 기다리는 1시간 동안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커피를 무려 2잔이나 뽑아 마셨다. 그리고 트위터도 3개나 썼다.
강화 터미널에서 4번 버스를 타고 화도를 돌아 정수사 입구에서 내렸다. 마니산을 찾는 등산객은 많지만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흔치 않은 것 같다. 관광객도 없이 아주머니 몇분을 태운 버스는 거의 텅 비다시피하였다. 중간 중간 아주머니들의 정겨운 대화를 듣다 보니 강화도의 훈훈한 인심이 느껴졌다.
 정수사 입구에서 정수사까지는 약 1km 정도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한다. 길은 아스팔트로 포장 되어 있다. 산사를 찾아가는 길은 늘 고요하기만 하다. 그러나 가끔씩 정적을 깨며 지나가는 차들로 인해 고요함을 충분히 즐길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정수사는 마니산의 산 중턱에 위치한 사찰로 법당은 대웅전과 나한전 2개만 있는 작은 절이다. 마니산의 수려한 산세 때문인지 작지만 고요한 산사의 멋을 한껏 풍기는 절이다. 뜰에서는 맑은 목탁소리가 은은하게 들려 왔다. 대웅전 안을 살짝 들여다 보니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며 염불을 하고 있었다. 원래 대웅전에서 백팔배를 하려고 했는데, 염불에 방해가 될까봐 삼배만 하고 나왔다.
 정수사에는 기념품 가게가 있다. 기념품점 앞을 지나다보니 만다라가 새겨진 손수건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가게 안으로 들어가 손수건과 비취로 만든 합장주를 샀다. 기념품을 사고 커피를 한잔 뽑아 마신 뒤 본격적인 산행을 위해 정수사를 떠났다. 정수사에서 50m쯤 걸어가면 매표소가 나온다. 마니산은 입장료를 받는데 어른의 경우 1500원이다. 아뿔싸 기념품을 사느라고 지갑에 있는 돈을 다 써버렸는데 입장료를 받는다는 사실을 깜빡했다. 어쩔수 없이 기념품 가게로 돌아와 물건을 반품하려고 하니까 보살님이 그냥 1500원을 주는 것이었다. 왠지 기분이 좋았다. 절에가면 보시를 하기만 했는데, 막상 보시를 받아보기는 처음인 것 같다.

참성단 이정표에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이정표에서 20분 정도 올라가면 오솔길이 사라지고 거대한 바위들이 나타나며, 아찔한 바위 능선이 시작된다. 바위능선에는 진땀이 날 정도로 아슬아슬한 코스가 서너군데 있다. 사실 그 맛에 바위능선을 타는 것이겠지만...

표표히 바위 능선을 타고 있는 트레커들을 보면 왠지 산행의 고수들 같아 보인다. 이 능선을 몇번 타보기는 했지만 올때마다 간담이 서늘하기는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아슬아슬한 코스에서는 거의 바위에 몸을 밀착하여 엉금엉금 기다시피 하며 간신히 올라갔다. 바위 아래의 낭떠러지를 내려다 보는 순간 공포감이 밀려오며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기도 했다. 협소한 암릉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마치 공중에 붕 떠 있는 느낌이 든다.
바위 능선에서는 발을 디딜 곳이 만만치 않다. 등산화 밑창이 닳아서 혹시라도 미끄러져 실족할 수 도 있기 때문에 조심 또 조심하면서 바위에 몸을 최대한 밀착시키며 올라갔다.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주위를 둘러보는 순간 백천간두 끝에 서 있는 것처럼 아찔했다.
능선의 바위들은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것들도 있다. 때로는 발을 디뎠을 때 덜컹덜컹 움직이는 바위도 있는데 그 때는 좀 무서운 느낌이 든다. 마니산은 스릴넘치는 바위 능선의 묘미를 맛보기에는 최고가 아닐까 생각한다. 산행은 힘들어야 그 맛을 알 수 있다. 쉬운 우회로가 있더라도 어려운 능선길로 정면돌파하는 트레커들도 나와 똑같은 생각일 것이다.
두세번의 어려운 고비를 넘기면 드디어 저 멀리 마니산 정상이 보인다. 바위 능선은 아직도 까마득하게 펼쳐져 있다. 그러나, 몇번의 어려운 고비를 넘기면 어느덧 바위 능선에 대해 자신감이 생겨 위축되거나 하지는 않는다.

 정상에 가까워 질수록 등산로에 철제 난간이 많이 설치되어 있다. 기억으로는 5년 전까지만 해도 철제 난간은 없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안전을 이유로 난간이 설치되었다. 바위에 쇠기둥을 박아서 안전은 제고되겠지만 험난한 바위능선의 묘미를 맛보고 싶은  트레커들의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볼 수 없었는데 마니산 정상 부근에 목재 계단길이 설치 되었다. 등산객들이 많이 찾아오자 등산로의 침식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등산 인구가 늘자 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목재 계단을 설치한 산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바위 능선을 오르는 도중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조금씩 내리던 비는 빗줄기가 조금씩 굻어지더니 오후 내내 비가 내렸다. 
마니산 산행의 또 다른 묘미는 바다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행 중간에 탁 트인 해변 경치를 볼 수 있는 것은 마니산만이 갖는 매력이다. 그러나 비가오고 날씨가 흐려 바다의 웅장함을 충분히 감상할 수는 없었다. 참성단에 올라가 공기를 들이마셔보니 바다의 짠맛이 느껴진다. 아마도 바닷물의 염분이 기류를 타고 올라오는 것 같았다.

산행을 재미있게 하는 한가지 방법은 가끔씩 뒤를 돌아보는 것이다. 중간 중간 뒤를 돌아보면 내가 걸어왔던 힘든 산길이 어느 덧 멋진 풍경이 되어 보답한다. 그 순간만큼은 힘든 산행의 고단함을 잠시 잊을 수 있으며,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힘을 다시 얻게 된다. 평지에서는 맛볼 수 없는 산행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평상시 참성단은 등산객에게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때마침 개천절을 맞아서 등산객들에게 참성단을 개방하고 있었다. 단군이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참성단. 아마도 단군이 이곳을 제단으로 선택한 이유는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를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참성단은 하늘과 바다와 땅의 조화로 인해 신비로운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는 곳이다.
 참성단에는 150년 된 소사나무가 있다. 사방이 온통 돌뿐인데 나무가 자라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하늘과 바다의 기운을 받아서인지 나무는 매우 강인해 보였다.

 

 참성단 구경을 마치고 계단로를 따라서 내려왔다. 푯말에는 계단이 모두 1004개라고 적혀 있다. 올라올때 어려운 바위 능선을 타고 와서인지 계단길은 평범하게 느껴졌다.
 마니산은 우리나라에서 기(氣)가 가장 강한 곳이라고 한다. 전세계적으로는 미국의 세도나라는 곳이 기가 세기로 유명한데, 우리나라에서는 마니산이 가장 유명하다. 심리적인 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마니산을 갖다 오면 에너지가 샘솟는 느낌이 든다.

마니산 입구까지 내려와서 근처 식당에서 묵밥과 인삼막걸리를 한 잔 마셨다. 묵밥은 이 식당에서 한번 먹어본 적이 있는데, 맛이 깔끔해서 다시 찾았다. 인삼막걸리는 걸쭉하고 진한 편이지만 마신 후에 머리가 아프거나 하지는 않았다. 산행 후의 막걸리는 그 맛이 일품이다. 오죽하면 막걸리를 마시기 위해서 산에 오른다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니까.
 마니산 입구에서 계단로 입구까지 벽돌길이 조성되어 있었다. 올 봄까지만 해도 시멘트길이었는데, 새롭게 단장한 것 같다. 산뜻한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왠지 자연 환경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마니산 같은 자연림에는 차라리 투박한 시멘트길이 더 잘 어울린다.
개천절을 맞아 마니산 입구에서는 축제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비가오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구경을 하려고 모였다. 비가 많이 와서 주최측에서 제공한 비옷을 입고 잠깐 앉아서 구경을 하였다. 시민들을 위한 문화행사가 많이 열리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제법 굵은 빗줄기를 맞으며 마니산 산행을 마쳤다. 가을비는 추수기의 벼와 밭작물의 작황에 좋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채소값 폭등으로 나라가 어수선한데 업친데 덥친 격으로 농작물 수확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된다. 채소값 폭등의 원인은 잦은 비와 폭염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상기온의 근본 원인은 만족을 모르는 인간의 욕망이다.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자연을 함부로 파괴한 결과 이상기온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기후 변화는 결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자연을 파괴한 댓가로 편리함을 맛보고 있지만 자연은 언젠가는 인간에게 혹독한 댓가를 안겨 줄 것이다. 반대로 우리가 편리함을 포기하고 환경 파괴를 중지한다면 자연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답 할 것이다. 정수사에서 참성단으로 오르는 바위능선은 힘들었지만 너무 아름다웠다. 그것은 진정한 자연과의 커뮤니케이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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