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0일 금요일

동유럽 여행-크라쿠프(1)


유럽의 호스텔은 대부분 중앙역 주변에 있다. 그리고 관광명소들도 대부분 중앙역 주변에 있기 때문에 크라쿠프처럼 크지 않은 유럽의 도시들은 버스나 트램을 타지 않더라도 도보로 시내 투어가 가능하다. 호스텔에서 나와서 어제보았던 기마상이 있는 광장으로 나왔다. 기마상 하단에는 근엄한 표정의 장군이 칼을 집고 서 있고 그 발 밑에는 적병이 넘어져 있다. GRUNWALD라고 적혀 있는데 아마도 폴란드의 유명한 장군인 모양이다. 기마상에서 트램이 지나는 길을 건너면 바르바칸이 있다. 바르샤바의 것과 비슷하나 성벽은 없고 둥근 성문만 있다.  바르바칸에서 20미터쯤 가면 플로리안스카 문이 있다. 그 문을 통과하면 크라쿠프의 구시가지 거리가 펼져진다.


이른 아침이라 쌀쌀했고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 아침식사를 7시 반쯤에 했고 호스텔에서 나온 시간은 대략 8시반 정도. 거리를 따라 계속 가면 2개의 첨탑이 있는 고딕양식의 성마리아 성당이 보인다. 성마리아 성당은 붉은 벽돌로 지어졌는데 첨탑이 매우 높다. 성당을 지나면 중앙시장 광장에 들어서게 된다. 광장을 마주보고 성마리아 성당 맞은 편에는 직물회관 건물이 있다. 직물회관은 현재 기념품센터 또는 쇼핑센터로 이용되고 있다. 중앙시장 광장 한가운데에는 아담 미츠키에비치 동상이 서 있다. 아담 미츠키에비치는 폴란드의 위대한 시인이라고 하는데, 사실 생소한 이름이다.


유럽의 도시들은 대부분 도심 한가운데 광장이 있고, 광장 중앙에는 도시를 상징하는 동상이나 조각상이 있다. 바르샤바의 구시가지 광장에는 인어상이, 크라쿠프 중앙시장 광장에는 아담 미츠키에비치, 프라하의 구시가지 광장에는 얀후스 동상이 서 있다. 직물회관 뒤편에도 광장이 있는데 그곳에는 옛 구시청사의 높은 탑이 외로이 서 있다. 크라쿠프의 구시가지도 바르샤바와 마찬가지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그러나 크라쿠프의 구시가지는 바르샤바처럼 새로 지은 건물들 보다는 외벽이 닳은 낡은 건물들이 많았다. 바르샤바의 구시가지가 수채화 같다면 크라쿠프의 구시가지는 마치 흑백사진을 보는 것 같다.


크라쿠프의 대표적인 볼거리는 구시가지 외에 바벨성과 카지미에슈가 있다. 일단 바벨성을 보고 카지미에슈를 구경하기로 했다. 중앙시장광장에서 바벨성으로 통하는 거리에는 성 바울과 베드로 성당이 있는데, 고풍스런 양식의 건물과 조각상이 매우 볼 만한다. 참고로 바벨성(Wawel)은 성서에 나오는 바벨탑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바벨성은 바르바칸처럼 빨간 벽돌로 지어진 성이다. 바르바칸보다 성벽이 높고 웅장한 점이 특색이다.  성안에는 넓은 광장이 있으며 왕궁과 대성당이 서로 인접해 있다. 대성당은 높은 첨탑이 있는 바로크 양식의 건물 가운데에도 돔이 있는 점이 특이했다. 그리고 매우 화려하다.


왕궁은 20세기초에 이전의 모습대로 복원된 것으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크고 웅장하며 내부에는 넓은 광장이 있다. 왕궁과 성당을 둘러본 후 탁트인 광장 벤치에 앉아서 한동안 바벨성의 경치와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파란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떠있고 성당과 주변건물과 어울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낮이 되자 따뜻해져서 일광욕하기에 알맞은 날씨가 되었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바벨성은 세계에서 기가 세기로 유명한 7대 장소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래서 힌두교의 차크라 수련자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바벨성 투어를 마치고 카지미에슈 거리로 접어 들어왔다. 카지미에슈는 유대인 거주지구로 영화 쉰들러의 리스트 촬영장소로도 유명하다. 카지미에슈에 있는 집들은 매우 낡았다. 외벽의 시멘트가 벗겨져 안의 벽돌들이 앙상하게 드러나 있는 건물들이 많이 보였다. 마치 제2차 세계대전 당시로 시간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이다. 건물들이 오래되고 낡았는데도 보수나 재건축을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이런 낡은 거리를 걷는 것도 꽤 재미있다. 빈티지한 느낌이라고 할까. 낡아서 버려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로 인해 더욱 그 가치가 높아지는 골동품처럼 카지미에슈의 거리도 그렇게 느껴졌다.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것처럼 흑백영화에 어울리는 거리 풍경이다. 거리 곳곳에 있는 시나고그는 성당이나 교회처럼 웅장하지 않고 아담하고 삼각형의 지붕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중 한 시나고그는 크라쿠프의 유대인 역사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유대인의 문화를 체험해 보고 싶어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관람하였다. 박물관에는 예전 유대인들의 생활모습을 담은 사진과 그림들, 종교의식과 일상생활에 쓰였던 물품들이 주로 전시되어 있었다.



박물관에서 나와 요제파거리를 걸었다. 요제파거리는 각종 기념품가게와 수공예전문점들이 있는 곳으로 카지미에슈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요제파 거리는 무거운 기분이 느껴지는 카지미에슈의 다른 거리와는 달리 가볍고 산뜻하게 느껴진다. 카지미에슈 거리를 둘러보고 유대인들의 소박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시나고그는 성당에 비해 작고 디자인도 소박하며 집들도 다른 기독교인들에 비해 화려하지 않다. 유대인들은 꾸미는 것을 싫어하고  단순하고 소박한 것을 추구하면서 내실있게 살아가는 것 같았다. 이런 검소함이 몸에 베어 있기 때문에 유대인중에 부자가 많은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카지미에슈 투어를 마치고 바벨성에 또 들렸다. 기가 센 곳이라 가능한 자주 가보고 싶었던 것 같다. 벤치에 앉아 잠시 일광욕을 한 후 내려와 이번에는 구시가지 외곽으로 방향을 틀었다. 구시가지 둘레로는 공원이 이어져 있다.


크라쿠프도 바르샤바와 마찬가지로 공원이 아주 잘 조성되어 있다. 공원에는 까마귀떼들이 까악까악 시끄럽게 울어대고 있었다. 폴란드의 까마귀는 주로 등이 회색인 갈가마귀로 우는 소리가 매우 요란하다. 공원을 따라 걷다보면 유서깊은 야기엘론스키대학도 볼 수 있다. 중앙에 작은 광장이 있는 사각형의 건물로 생각보다 크지는 않았다. 사진 한장 찍고 중앙시장 광장 쪽으로 향했다. 구시가지 거리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로 저녁을 떼운후 아담 미츠키에비치 동상 앞 의자에 앉아 주변 경치를 감상하였다.

저녁이 되자 광장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노천 레스토랑도 손님들로 붐볐고, 거리의 악사들이 공연하는 모습도 보였다. 거리의 악사들이 들려주는 연주는  유럽여행에서만 맛볼 수 있는 작은 즐거움 중 하나다.

광장은 거리의 악사들과 동상 퍼포먼스 하는 사람들, 쇼핑나온 사람들, 휴식을 취하러 나온 사람들, 마차를 타고 투어를 하는 관광객들, 중국인 단체관광객들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마치  축제 분위기였다. 아침에 보았던 한적하고 쓸쓸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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