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6일 목요일

동유럽 여행-프라하(2)


프라하 투어 이틀째, 오늘은 프라하성과 말라스트라나지구를 구경하기로 했다. 민박집의 아침은 한식뷔페로 접시에 밥과 반찬을 떠서 국과 함께 먹는데 꽤 먹을만했다. 오늘 저녁은 민박집 사장님의 인솔로 프라하 야경 투어가 있는 날이다. 저녁 7시에 민박집을 출발해서 도보로 구시가지 광장과 카를교등을 둘러보면서 중간에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것이다.

아침을 먹고 지하철역으로 가서 프라하성이 있는 흐라드챠니역까지 싱글 티켓을 끊었다. 오늘은 프라하성 주변을 둘러보므로 교통편을 많이 이용할 일이 없다. 그리고 프라하성 주변은 도보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지역이다. 우선 수퍼마켓에서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샀다. 어차피 프라하성 주변에는 수퍼마켓이나 햄버거가게도 없을 테고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자니 혼자 들어가기도 뻘쭘하고 관광지라 무척 비쌀 것 같았다. 그래서 샌드위치를 사서 점심때 먹을 생각으로 들고 갔는데, 가방안에 들어가지 않아서 손에 들고 다니기가 여간 귀챦지 않았다. 숄더백은 가이드북과 카메라 그리고 물에다 우산까지 넣으면 가방이 불룩해진다. 그래서 가이드북은 손에 들고 다닌다. 숄더백의 내용물을 줄이기 위해 음료수는 빨리 마셔버리고 샌드위치와 가이드북을 손에 들고 투어에 나섰다.

체코어로 성을 흐라드라고 한다. 흐라드차니역에서 올라와 트램이 지나는 철로를 건너 위쪽으로 쭉 걸어가면 왕궁정원이 있고 좀 더 걸어가면 멋진 제복을 입은 근위병들이 서 있는 정문이 나타난다. 왕궁 정원은 잔디와 화단을 아름답게 꾸며놓은 곳이다. 정문을 지나면 왕궁건물과 성 비투스 성당이 나온다. 세계 최대 규모라는 프라하성은 현재 대통령 관저로 이용되고 있다. 그래서 근위병들이 지키고 있는 것이다.

왕궁앞 광장에는 큰 분수가 있고 세계 각지에서 온 수많은 관광객들을 볼 수 있다. 왕궁은 르네상스양식의 단정한 건물로 일부는 현재 국립 갤러리로 이용되고 있다. 왕궁 광장에서 옆문으로 들어가면 드디어 프라하 성의 하이라이트인 성 비투스 성당이 나온다. 가까이서 본 비투스 성당은 그 크기에 압도되고 만다. 약 천년에 걸쳐 지어졌다고 하는 이 성은 20세기 초가 되어서야 완공되었다고 한다. 천년에 걸쳐 지은 건물이라서 그런지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지난번 여행때는 왕궁광장까지 들어와서는 비투스 성당을 가까이서 보지 못했다. 이번에 가까이서 보니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크기도 크기려니와 외벽 곳곳에 새겨진 아름다운 문양들과 조각상들이 비투스 성당의 신비감을 더해주고 있었다. 비투스 성당의 우뚝 솟은 2개의 첨탑은 블타바 강변에서도 보이는데, 가까이서 보니 그 위용이 실로 대단했다. 성당의 내부는 일반인들에게 공개되고 있는데, 관광객들을 따라 줄을 서서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런데, 내부도 일정부분까지만 무료고 더 안쪽으로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무료입장영역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부의 모습을 감상하기에는 충분했다. 정교한 스테인드 글래스도 볼 수 있고, 무엇보다도 엄청나게 높은 천장을 보면서 다시 한번 비투스 성당의 위용에 감탄하였다. 성당을 나와 주변을 둘러보면서 여러 각도에서 비투스 성당을 감상해보았다. 어느 한 곳 소홀히 만든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것이야말로 체코 예술의 완결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비투스 성당을 등지고 광장 맞은편에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이 보인다. 그 성당을 옆으로 끼고 내려가면 황금소로가 나온다. 카프카가 머물면서 집필을 했다는 집이 있는 거리다. 황금소로를 구경하기 위해서는 입장료를 내야 한다. 그런데, 입장료 간판을 보니 한국어가 보였다. 중국어, 일본어와 함께 “황금 소로"라고 분명히 한글로 써 있다. 프라하성은 이렇게 곳곳에 입장료를 받는 곳이 많다. 그러나, 굳이 입장료를 내면서까지 들어가서 구경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성밖으로 나와서 발트슈테인궁전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정오가 가까이되자 배가 출출하던 참에 공원 벤치에 앉아 아침에 사온 샌드위치를 먹었다. 그동안 손에 들고 다니느라 사실 애물단지였다.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걸었다. 발트슈테인 궁전은 가이드북에는 정원이 아름다운 명소로 나와 있는데, 주변에는 관광객들도 없었고 명소다운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지도상에는 분명 이 위치가 맞는데... 어쩔 수 없이 발트슈테인 궁전은 포기하고 이번에는 말라스트라나 지구에 있는 존레논 조각상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지도상에 있는 위치 거리 이름까지 정확히 찾았으나 그곳에는 존레논 조각상도 관광객들도 없었다. 프라하의 명소라면 분명 관광객들이 몰려 있을 텐데 말이다. 발트슈테인 궁전과 존 레논 조각상 나와는 인연이 없는 모양이었다.

더운 날씨에 한참동안 걸었더니 지친다. 그래서 스타벅스에 들어가서 에어컨 바람도 쐬고 커피도 마실 겸 해서 들어갔다. 그런데 더운 날씨에 뜨거운 커피를 괜히 마셨나 싶기도 하다. 스타벅스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데 한국 학생들이 몇몇 보인다. 프라하에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꽨 많다.

커피점을 나와 성미쿨라세 성당을 본 후 네루도바 거리를 따라서 스트라호프 수도원 쪽으로 올라갔다. 말라스트라나에 있는 성미쿨라세 성당은 구시가지 광장의 것과 이름도 같고 바로크 양식으로 보양도 비슷하다. 그런데, 보수 공사중인지 겉면이 커다란 덮개로 덮여 있었다. 네루도바 거리를 따라 올라가면 드넓은 녹지가 있는 언덕이 보이고 언덕 위에는 영화 아마데우스의 촬영 장소로 유명한 스트라호프 수도원이 있다. 그런데, 뙤약볕 아래에서 걷느라 이미 몸은 지칠대로 지쳐 있었다. 그래서 수도원 정원의 그늘에 오랫동안 앉아서 수도원 경치를 감상하였다. 관광객은 별로 없지만 평온한 수도원의 분위기가 좋았다. 매시간 정각 그리고 15분 간격으로 종소리가 들렸다. 소변이 마려워 WC라고 적힌 팻말을 따라 화장실에 가보니 유료였다. 화장실 사용료는 대략 우리나라돈으로 500원정도 된다. 유럽은 우리나라처럼 공공 화장실이 없다. 길거리에 있는 화장실은 대부분 돈을 내고 사용하는 유료화장실이다. 화장실은 무료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동양인들은 화장실을 이용하는데 돈을 낸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것이 유럽의 문화이기 때문에 이방인이 이에 대해 왈가왈부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스트라호프 수도원에서 쉬었더니 한결 몸이 가벼워진다. 이번에는 로레타 성당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스트라호프 수도원과 큰 거리를 사이에 두고 있는 로레타 성당은 바로크 양식의 아담한 수도원으로 조용한 분위기로 인해 사색을 즐기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으로 보였다. 그런데 쉴 수 있는 그늘이 별로 없다는 점이 다소 흠이다. 더운 날씨에 더위를 느끼지 않기 위해서는 그늘에서 쉬던가 아니면 걷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로레타 성당을 빠져나와 프라하성 북문 광장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아까 올라왔던 길과 반대방향이므로 이번에는 내리막길이다.

프라하성은 정문이 여러곳 있는데, 스트라호프 수도원에서 내려오는 길에 보이는 북문이 가장 유명하다. 선글라스를 쓴 근위병이 부동 자세로 서 있고 많은 관광객들이 북문을 통해 성 안팎으로 출입하는 모습이 보인다. 북문 광장은 전망이 좋은 곳으로 이곳에서는 말라스트라나 지구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연붉은색의 삼각 지붕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을 보면 프라하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북문을 통해 다시 왕궁으로 갔다. 이번에는 프라하 국립갤러리를 관람하였다. 국립갤러리는 르네상스와 바로크시대 서유럽 화가들의 명화가 주로 전시되어 있다. 갤러리에는 티치아노, 틴토레토같은 르네상스시대 화가들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프라하성도 다 둘러 보았다. 이제 왕궁정원쪽으로 돌아서 카를교를 건너 숙소로 돌아갈 생각이다. 왕궁정원을 지나고 나면 큰 공원이 보인다. 공원에서는 저멀리 카를교의 아름다운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길을 잘못 들어서 그만 공원을 한바퀴 돌고 말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길로 내려갔더니 아스팔트 도로가 있는 길을 따라 한참을 돌아서 겨우 발트슈테인 궁전이 있는 위치까지 왔다. 그리고 여기서 또 한참을 걸어서야 카를교의 말라스트라나 교탑이 보였다. 프라하의  구시가지와 신시가지의 도로는 우리가 흔히 보는 아스팔트 도로가 아니라 네모난 벽돌들이 간극을 갖고 모자이크처럼 박혀있는 벽돌길 이다. 이곳에서 사람도 걸어다니고, 자동차와 트램도 다닌다. 자동차의 입장에서는 아스팔트보다는 불편하겠지만 보행자의 입장에서는 훨씬 좋다. 프라하 뿐만 아니라 유럽 대부분 도시의 중심가는 다 이런 벽돌길이다.

점심을 먹은지 오래되어서 약간 허기가 졌다. 더구나 더위에 지친 상태라 빨리 숙소로 가서 휴식을 취한 후에 야경투어에 나서야 겠다고 생각했다.

▶프라하 여행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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