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18일 수요일

동유럽 여행-바르샤바(1)

호스텔에서 아침을 먹고 거리로 나왔을 때 바르샤바의 거리는 무척 추웠다. 6월말이면 본격적으로 여름에 접어든 시점일 텐데도 믿겨지지는 않지만 도저히 반팔옷을 입기 힘든 날씨였다. 거리의 사람들은 보아하니 대부분 점퍼나 코트를 입고 있었다. 간밤에 소나기가 내린 뒤라 더 추웠던 것 같았다. 그러나, 한국에서 반팔 상의밖에 가져가지 않았으므로 바르샤바의 한여름 냉기를 그대로 체감하면서 걸을 수 밖에 없었다.

바르샤바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깔끔하고 세련된 도시였다. 고풍스럽고 단정해 보이는 르네상스식 건물들이 늘어선 점은 다른 유럽의 도시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단, 조금 더  단정하고 세련된 인상을 주었다. 호스텔에서 큰길로 나오니 작은 광장이 보였다. 그곳에 동상이 하나 보였는데, 바로 지동설을 주창한 코페르니쿠스 동상이었다.
코페르니쿠스 동상에서 구시가지로 향하는 거리를 신세계 거리라고 부른다. 신세계 거리에는 성십자가 성당이라는 유명한 교회와 대통령궁 그리고 바르샤바 대학이 있다. 성십자가 성당은 입구에 십자가를 멘 예수의 동상이 인상적이다. 대로를 따라 걷다보니 잠코비 광장이 보이고, 광장 한가운데에는 높은 동상이 우뚝 서 있다.  그리고 광장 옆으로는 붉은색의 왕궁이 있다. 여기서부터 바르샤바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구시가지 투어가 시작된다.

잠코비광장에서 사잇길을 따라 가면 바르바칸이 보인다. 바르바칸은 일종의 성인데 특이하게도 말발굽모양의 형상을 하고 있다. 성은 붉은 벽돌로 아주 예쁘게 쌓여져 있다. 바르바칸 주변을 구경한 후 구시가지 광장으로 향하는 좁은 거리로 접어들었다. 그 거리에는 고딕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이 서로 나란히 붙어 있다. 성당 안을 차례로 들어가보면  두 양식간의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로마네스크 양식은 벽이 두껍고 천정이 아치형이다. 반면 고딕 양식은 벽이 얇고 천정은 몇개의 늑골로 떠받치고 있다. 그리고 고딕양식 성당의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스테인드 글래스다. 스테인드 글래스는 유리창에 원색의 종교화를 새겨넣은 것으로 벽이 두껍지 않아 유리창을 설치할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드디어 구시가지 광장이 보였다. 바르샤바의 구시가지는 한폭의 수채화 같았다. 파스텔톤의 건물들이 마치 수채화에 있는 그림을 연상시킨다. 광장 중앙에는 유명한 인어상이 보였다. 인어상은 바르샤바의 수호신으로 한손에는 방패를 한손에는 칼을 움켜쥐고 매우 전투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다. 광장 둘레에는 노천 레스토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천막이 있는 노천 레스토랑에서 맥주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는 광경은 유럽 도시의 전형적인 풍경중 하나다.


 

바르샤바의 구시가지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이름값을 하는 곳이다. 골목길을 걸으면서 사색에 잠겨도 좋고 벤치에 앉아서 그저 주변 풍경을 바라  보기만 해도 좋다. 바르샤바의 구시가지는 정말 매력적인 곳이다.

구시가지 투어를 마치고 다음으로 향한 곳은 민중봉기박물관이다. 여행가이드북에는 바르샤바에서 첫번째로 가야할 곳으로 추천한 곳인데, 어떤 곳인지 궁금했다. 민중봉기박물관은 구시가지에서 버스를 타고 한 15분쯤 외곽으로 가야 한다. 버스안에서 바르샤바 시내 풍경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구경하는 것도 즐거웠다. 구시가지와는 달리 신시가지는 매우 현대적이다. 고층빌딩들이 즐비한 여느 나라의 수도와 다를 바가 없다.
민중봉기 박물관은 제2차 세계대전당시 무참히 파괴되었던 바르샤바의 당시 상황을 담은 사진들과 유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어두컴컴한 박물관 1층 홀에 2차대전 당시 사용했던 프로펠러 비행기가 전시되어 있는 모습은 압권이다. 둥둥 울리는 타악기 소리와 어두운 조명이 전쟁의 긴박감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2층에는 당시 희생되었던 사람들과 함께 바르샤바의 참상을 보여주는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당시의 상황을 필름에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도 상영하고 있었다. 전시장 한 쪽에서는 전화나 전투복 오토바이 같은 당시의 전쟁 유품들도 볼 수 있다. 바르샤바는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곳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곳이기도 하다. 어떤 명분이 있더라도 전쟁은 잔인한 것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희생자들의 사진을 보면 누구나 숙연해 질 수밖에 없다. 전쟁의 리얼한 모습과 잔인함을 확인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민중봉기박물관을 적극 추천한다. 점심을 아직 안먹어서 배가 출출하던 차에 마침 박물관 안에 카페가 보였다. 그래서, 케익과 과자 그리고 커피로 간단히 요기를 떼웠다.



박물관을 뒤로하고 향한 곳은 빌라노프 궁전. 빌라노프는 시내에서 버스로 한 20분 정도 가야한다. 빌라노프행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려 약 10분정도 쉬엄쉬엄 걸어들어가면 궁전이 보인다. 궁전은 베르사이유 궁전을 모델로 해서 지어졌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바르샤바의 도시풍경은 파리와 비슷하다. 르네상스양식의 건물들이 가지런하게 늘어서 있는 모습이 파리를 많이 닮았다.


빌라노프 궁전은 노란색 톤의 컬러가 정원의 녹색 잔디밭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만 하는 뒤뜰은 더 아름답다. 입장료를 내기 싫어 하마터면 구경하지 않을 뻔 했다. 빌라노프궁전에 왔으면 정면만 보고 가지  말고 얼마 하지 않은 입장료를 내고 후원도 반드시 구경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곳에서는 탁월한 예술성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화단과 화려한 분수 그리고 대단한 손기술을 느끼게 하는 조각상들을 감상할 수 있다.


바르샤바 투어 첫날 마지막 장소로 사스키 공원을 선택했다. 사스키 공원은 도심한가운데 조성된 공원으로 바르샤바 시민들의 휴식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바르샤바는 공원과 녹지가 정말 잘 조성되어 있다. 바르샤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단정한 건물들과 공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스키 공원은 잔디와 나무가 풍부하고 예술성이 뛰어난 분수와 아름다운 화단이 있다. 특히 화단이 매우 아름다운데 어떤 섬세한 패턴을 가지고 정교하게 디자인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화단 하나를 만들어도 디테일한 부분까지 정성을 쏟는 점은 배워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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