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9일 일요일

동유럽여행-빈(1)

오전 11시 30분 호텔에서 체크아웃하고 브라티슬라바 중앙역으로 가서 빈행 열차를 탔다. 브라티슬라바와 빈은 열차로 1시간 거리에 불과하다. 열차는 승객이 무척 적었다. 기차가 빈 동역(Ostbahnhof)에 도착하자 플랫폼을 빠져나와 이틀 동안 묵을 민박집을 찾아가기 위해 약도를 펼쳤다. 빈은 생각보다 꽤 큰 도시였다. 물론 서울만큼 크지는 않지만 프라하나 브라티슬라바에 비하면 꽤 스케일이 큰 도시였다. 역 옆에는 큰 건물일 들어설 듯 대형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거리의 모습도 동유럽의 다른 도시들과는 달리 매우 현대적인 느낌이 들었다.



일단 민박집에 체크인을 한 후 서역으로 갔다.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관광지도를 하나 구한 후 지하철을 타고 Volkstheater역으로 갔다. 빈의 지하철도 프라하처럼 따로 검표를 하지 않는다. 지하철은 시설이 썩 좋은 것 같지는 않지만 파리의 지하철보다는 양호해 보였다. 지하철은 에어컨을 잘 틀어주지 않아서 약간 더웠다. 유럽과 서울의 지하철을 비교해보면 서울의 지하철이 넓고 시원하다.

폭스테아터 역에서 거리로 올라와 생각해보니 오늘은 월요일이다. 대부분의 박물관이나 갤러리가 휴관하는 날이다. 그래서 왕궁쪽으로 가려고 생각했는데 길을 잘못들었는지 번화가에 들어서고 말았다. 빈은 오래전에 왕궁과 구시가지 주변에 환형의 도로를 만들었는데 그것을 링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볼거리는 링 안 또는 링 둘레에 있다. 내가 걷고 있는 거리는 명동 거리보다 더 현대적이고 복잡한 거리였다. 아무리 걸어도 왕궁이 보이지 않자  거리명을 확인해보니 그곳은 케른트너 거리였다. 그리고 내가 있는 위치는 링 밖으로 서역쪽으로 왕궁과는 반대 방향을 걷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발걸음을 다시 돌려 링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케른트너 거리에는 바닥에 유명인사들의 손자국과 이름을 새겨넣은 동판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있었다. 그러나 아는 사람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대략 10분쯤 걸으니 넓은 아스팔트 도로와 트램이 다니는 철로가 보였다. 바로 링이었다. 길을 건너자 넓은 광장과 커다란 문이 보였다. 그 문을 지나자 큰 정원이 보였다. 그곳은 마리아 테레지아 정원이다. 정원 한가운데에는 마리아 테레지아 동상이 위용을 뽐내며 우뚝 서 있다. 마리아 테레지아는 18세기 오스트리아 제국의 전성기 때 제국을 수십년간 통치했던 여황제다. 마리아 테레지아 동상을 본 순간 제국의 수도에 온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마리아 테레지아가 앉아 있는 기둥 주위로는 말탄 귀족들과 정치가들의 동상이 있다. 동상 주변으로는 잔디와 나무가 아주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마리아 테레지아 정원을 사이에 두고 자연사 박물관과 미술사 박물관이 서로 마주 보고 있다.  미술사는 휴관이나 자연사는 월요일임에도 문을 연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자연사 박물관에 들어가보기로 했다. 자연사 박물관을 보고 놀란 것은 전시물때문이 아니라 건물 내부의 웅장하고 화려한 모습 때문이었다. 벽화와 조각상 그리고 화려한 인테리어를 보면서 비인이 한 때 중부 유럽을 지배했던 거대한 제국의 수도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박물관 뿐만 아니라 비인의 모든 것이 크고 화려했다. 지금은 제국이 쪼개져서 작은 나라가 되었지만 화려했던 과거의 영광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자연사 박물관은 지질학이나 동식물관련 자료들을 전시하는 곳으로 사실 그다지 볼 만한 것은 없다.

박물관을 나와 왕궁을 구경했다. 빈 왕궁은 구왕궁과 신왕궁이 나뉘어 지는데 바로크 양식의 신왕궁이 더 크고 화려하다. 신왕궁은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간 구조로 왕궁 앞에는 넓은 광장이 있다. 광장에는 외젠 공작의 기마상이 서 있는데 늠름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구왕궁은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로 역시 화려하고 웅장하다. 구왕궁은 신왕궁과는 달리 사각형 구조로 중앙에는 광장이 있다.

왕궁은 빈의 하이라이트기 때문에 시간을 조금 많이 투자해야 한다. 워낙 넓은 데다 볼거리도 많기 때문이다. 다시 왕궁 앞 시민공원을 구경하고 이어서 왕궁의 출입문인 미하엘문을 구경했다. 미하엘문은 웅장했고 그 앞에 네개의 거대한 헤라클레스상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왕궁 뒷편의 정원으로 가서 모차르트 상을 구경했다. 약 두 시간에 걸쳐 왕궁을 훑어 보았는데 생각보다 크고 화려했다. 빈 왕궁을 제대로 보려면 적어도 하루는 잡아야 할 것 같다.

왕궁을 둘러본후 왕궁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국립 극장을 구경했다. 국립극장은 앤티크한 디자인과  현대적인 감각이 조화를 이루는 웅장한 건물이었다. 또한 국립극장은 2차 대전후 파괴된 도시를 재건할 때 빈 시민들이 가장 먼저 복구를 희망한 건물이라고 한다. 세계 최고의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국립극장을 구경하고 길거리에서 케밥과 콜라로 저녁을 떼운 후 케른트너 거리를 따라 성슈테판성당으로 갔다.

성슈테판 성당은 비투스성당처럼 두개의 첨탑이 있는 전형적인 고딕 양식의 성당이다. 가까이서 보면 그 크기에  놀랄 수 밖에 없는데 외부는 보수 공사중이었다. 광장을 사이에두고 성당과 마주보는 위치에는 초현대적인 건물이 있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성당 내부는 공연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는 것 같다.

성당에서 조금 떨어진 거리에 얀커 시계가 있다. 프라하 천문 시계탑처럼 매시 정각마다 재미있는 인형퍼포먼스가 있다고 가이드북에 적혀 있었다. 그래서 찾아가 보았는데 수리중인지 인형 퍼포먼스는 볼 수 없었다. 저녁 8시 30분이 되자 아직 해가 지지는 않았지만 오늘의 일정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빈은 프라하나 브라티슬라바처럼 매우 더웠다. 무더운 날씨속에서 제국의 수도를 구경하느라 몸은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그래서  슈테판플라츠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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