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6일 목요일

동유럽 여행-프라하 야경 투어


숙소에 와보니 나와 비슷한 연배의 남자가 열심히 태블릿PC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 다음 직장 때까지 휴직 기간 중 한달간 일정으로 유럽을 여행 중이라는 H씨. 나와 같은 싱글이고 동년배라 편하게 얘기할 수 있다. 또한명의 젊은 친구가 보이는데, 말수는 별로 없지만 인상은 착하게 생겼다. 조금 지나자 민박집 사장님이 들어와서 야경투어에 나설 사람들을 모아 민박집을 나섰다. 나를 포함하여 5명이 사장님과 투어에 나섰다. 일행은 약 10분 정도 걸어서 바츨라프 광장에 도착했다.

바츨라프 광장 기마상앞에서 3명이 일행에 합류하였다. 스카이다이브를 하러 갔던 J군과 K군, 그리고 K군이 여행중에 만났다는 여대생. 일행은 다시 무스텍 광장쪽으로 내려갔다. 사람들이 많은 번화가인 무스텍광장도 예전에는 도랑이 있고 다리가 놓여있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장님은 구시가지 광장이 아니라 관광객들이 잘 가지 않는 골목길로 일행을 인솔했다. 구시가지 광장은 사람들에게 너무 잘 알려져 있어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하지만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는 곳을 보여주겠다고 하신다.

사장님을 따라 걷다보니, 건물 지붕에 있는 막대기에 대롱 대롱 메달려  있는 사람의 조각상이 보인다. 막대기에 매달린 인물은 프로이트이라고 한다. 조각가의 메시지는 프로이트가 정신의학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지만 그도 별수 없이 대롱 대롱 버티면서 인생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인간이라는 것이다.

조금 더 걷다 보니 모차르트가 돈지오반니를 초연한 에스타테츠 극장이 보인다. 극장 옆에는 유령의 동상이 보이는데 오페라의 초연을 기념하기 위해 모차르트에게 헌정된 것이라고 한다. 이 유령 동상은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에도 똑같은 것이 있는데, 프라하의 것이 진품이라고 한다.  잘츠부르크에 가면 똑같은 동상을 꼭 확인해보고 싶었다. 프라하의 거리는 스토리가 넘쳐 난다.   관광객들이 많은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사장님의 유창한 프라하 이야기를 정신없이 듣는 사이 시간은 어느덧 8시 반이 되었다. 사장님은 하벨 시장을 지나 자신이 자주 가신다는 레스토랑으로 일행을 인솔했다. 하벨 시장은 프라하의 재래시장으로 밤 8시가 넘자 상인들이 물건들과 함께 썰물처럼 빠져나가 진열대만 쓸쓸하게 남아 있었다.

일행이 들어간 레스토랑은 체코의 다양한 요리와 함게 직접 빚은 맥주를 맛 볼 수 있다. 투어 도중 퇴사후 유럽 여행 중이라는 30세 여성이 합류해서 일행은 총 10명이 되었다. 사장님이 인원수에 맞게 요리를 주문하고 맥주는 일인당 3잔씩 마시기로 했다. 목이 말랐던 터라 목에서 꼴깍꼴깍 넘어가는 생맥주 맛은 천상의 맛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맥주와 함께 나온 감자튀김 맛도 훌륭했다. 레스토랑에서 직접 튀긴 감자로 패스트푸드점의 프렌치 프라이와는 차원이 달랐다. 유럽에서는 보통 맥주를 마실 때 안주 없이 그냥 마신다. 하지만 우리는 맥주를 마실 때 하다못해 과자라도 먹어야 하기 때문에 감자튀김을 같이 시킨 것이다. 안주와 함께 맥주를 마신다는 사실을 종업원에게 이해시키는데 무척 힘들었다고 사장님은 한다. 체코맥주는 우리나라처럼 탄산을 넣지 않아서 톡쏘는 맛이 없다. 그리고 굉장히 진하고 깊은 맛이 느껴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버드와이저 맥주의 원산지는 사실 체코다. 공산국가 시절 부드바르 맥주공장의 직원 몇명이 제조법을 가지고 미국으로 건너가서 버드와이저 맥주를 만들었다. 상표도 부드바르의 영어식 표기인 버드와이저를 그대로 사용했다. 자유화 이후에 부드바르사에서 버드와이저에 상표권 침해 소송을 냈고 부드바르사가 승소하였다. 이후 양사는 버드와이저 맥주의 원료를 부드바르사가 공급하고 또한 버드와이저맥주에 부드바르를 함께 표기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아 상표권 분쟁은 일단락 되었다. 체코는 예전부터 맥주 제조법이 발달했고 체코 맥주하면 유럽에서도 알아준다. 맥주맛도 일품이지만 고기도 맛있다. 특히 구워서 나온 립이 굉장히 맛있는데, 맥주와는 환상의 궁합을 이루고 있었다. 물론 소시지와 샐러드도 일품이다.

10명의 한국인이 체코 레스토랑에서 웃고 떠들며 함께 식사를 하니 마치 서울의 외국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것 같다. 2시간 동안 맛있는 체코 요리와 맥주를 마시며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10시 30분쯤 레스토랑을 나와 일행은 사장님의 인솔로 카를교로 갔다. 카를교에서 사장님의 유창한 설명이 또 이어진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라하는 총알 한방 맞지 않고 무사할 수 있었다. 처참히 파괴되었던 바르샤바와 달리 프라하는 전쟁의 상흔을 찾을 수가 없다. 그 이유는 전쟁 전 히틀러에게 나라 전체를 갖다 바쳤기 때문이다. 같은 슬라브민족인데도 체코인들과 폴란드인들은 이렇게 달랐다. 물론 체코인들이 나라를 바친 이유는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만약 그들이 나라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프라하는 바르샤바처럼 잿더미가 되었을 것이다. 2차대전 당시 히틀러는 프라하에 오랫동안 머물렀는데, 프라하의 매력에 반해서 부하들에게 프라하는 절대 포격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을 정도라고 한다.

블타바 강변에서 바라본 카를교와 프라하성의 야경은 압권이다. 프라하는 낮도 아름답고 밤은 더 아름답다. 일행은 야경에 취해서 사진 찍기 바쁘다. 스메타나 동상이 있는 카페를 지나 일행은 카를교로 갔다. 카를교에는 소원을 비는 동상이 있다. 바로 다섯개의 별이 있는 후광을 갖고 있는 얀 네포무크 신부의 동상이다. 소원을 비는 방법은 십자가에 손을 얹고 소원을 생각한 다음 얀 네포무크 신부 동상 아래에 있는 동판을 만지면 된다.

카를교를 건넌 후 사장님은 프라하에 홍수가 났을 때 수위를 표시해 둔 곳으로 일행을 안내했다. 몇십년전 프라하에 기록적인 홍수가 발생했을 때 그때의 수위을 벽에 표시해둔 곳이었다. 그런데 몇년전 프라하에 또 한번의 대홍수가 발생했을 때는 지난번의 수위를 넘어서고 말았다. 그 때의 수위는 사람키보다 훨씬 높았다. 그래서 그 수위도 함께 벽에 표시해 놓았는데, 이런 것 마저도 이야기가 되고 관광 자원이 된다는 것이 놀라웠다. 역시 프라하다.  일행은 카프카 박물관을 구경한 후 다리를 건너 구시가지 광장으로 갔다. 시계탑 앞에서 사장님은 시계탑의 유래와 인형들의 퍼포먼스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사장님의 해박한 지식과 수백년 전에 이렇게 멋진 시계탑을 만든 체코인들의 장인 정신에 모두 감탄했다. 이렇게 설명을 들어가면서 명소를 둘러보니 그냥 스쳐 지나며 보았던 것들을 새로운 의미를 갖고 다시 보게 된다.  자정 무렵인데도 구시가지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야경을 보러나온 관광객뿐만 아니라, 술마시고 오바이트 하는 사람들도 있다. 밤이면 이곳도 환락가로 변한다. 야경투어는 이것으로 끝났지만 아직 볼거리가 하나 더 남아 있었다. 바로 스트립바다. 사장님은   일행을 바츨라프 광장 옆에 있는 스트립바로 안내했다.
해외에서 스트립바는 처음 가본다. 야한 생각보다는 대체 어떤 곳인지 궁금했다. 이것도 일종의 문화 체험이라고 생각했다. 바 입구에는 엄청난 체격의 험상궂은 남자가 앉아 있어서 이곳이 유흥가라는 것을 실감나게 했다. 일인당 300크로네를 선불로 지불하고 쿠폰을 받은 뒤 입장했다. 입장료 쿠폰에는 500ml 맥주 5잔이 포함되어 있다. 웨이트리스가 테이블을 오가며 맥주를 가져오고 다 마신 잔은 가져간 후 다시 잔을 채워 가져오곤 했다. 다 마신 잔은 쿠폰에 정확히 체크를 한다. 스트립걸들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데, 디스크 자키가 음악을 틀어주고 춤이 끝나면 댄서의 이름을 불러준다. 맥주는 3잔 정도 마시자 더 마시지 못할 만큼 배가 불렀다. 쿠폰에 있는 5잔을 다 마시는 것은 사실 어렵기 때문에 남은 잔은 결국 바의 수입이 된다. 이것도 교묘한 상술이다. 새벽 2시 가까이 까지 쇼를 보다가 우리 일행은 바를 나왔다. 숙소로 돌아와 간단히 샤워하고 침대에 눕자 시간은 어느덧 2시 반을 넘었다. 내일은 아침에 브라티슬라바로 이동해야 한다.

댓글 1개:

  1. 안녕하세요 천성길님

    저희 행복한 프라하에서 좋은 기억 남기고 가신듯하니^^*

    맘이 뿌듯함니다...깊지 않은 지식으로 제가 살고 있는 프라하를 많은 분들에게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기고자 마련한 자리에서 이렇게 좋은 추억을 만드셨다니..다시 한번 감사드리며...앞으로도 프라하에서 좋은 이야기들로 많은 여행객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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