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7일 화요일

동유럽 여행-두브로브니크(2)


호텔 레스토랑에서 아침식사를 한 후에 두브로브니크 올드 시티 투어에 나섰다.

호텔에서 약 40분 정도 걸어서 올드시티에 도착했다. 두브로브니크는 작은 도시지만 중세 시대부터 독립을 유지해온 자치 도시로서 오랫동안 자유와 번영을 누려 왔다.

올드시티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성벽으로 둘러 쌓여 있다. 성벽은 육지뿐만 아니라 바닷가에도 둘러 쳐져 있어서 육지 뿐만 아니라 해상의 침입으로부터도 철저히 방비를 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두브로브니크 사람들은 자유와 독립를 소중히 생각했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였다. 성벽 둘레로는 깊은 도랑이 있고 성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도랑 위에 다리처럼 놓여진 필레문을 통과해야 한다. 필레문은 평소에는 도랑위에 놓여져 있지만 비상시에는 들어 올려져 성문이 된다.

필레문을 지나서 올드시티로 들어가 보았다. 지상의 마지막 낙원, 평생에 한번은 가보아야 할 도시라고 칭찬이 자자하지만 올드시티는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인산인해였다. 뜨거운 태양과 수많은 인파 때문에 중세 도시의 매력이 반감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나마 두브로브니크 다운 면을 느낄 수 있는 곳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골목길이다. 골목길에 들어서면 비로소 사람 사는 정취가 느껴진다. 빨래줄에는 빨래가 걸려있고 부엌에서는 요리를 만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소란스러운 관광객들 틈에서 벗어나 한적한 골목길에 들어서면 비로소 소박한 사람들이 평범한 일상을 꾸려가고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훈훈한 옛 추억이 느껴지는 아기자기한 골목길이야말로 두브로브니크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계단으로 이어진 좁은 골목길을 올라가자 높은 성벽이 보이고, 성벽 위로 사람들이 걸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성벽 옆에 계단이 있고 계단 끝에 문이 열려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계단을 올라가서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바로 성벽길로 연결되었다. 그런데 다시 내려다 보니 내가 들어왔던 문이 다시 잠겨 있었다. 아마도 임시로 열어두었던 모양이다. 성벽 둘레길은 좁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거의 일렬로 걷고 있었다. 나도 관광객들을 따라 성벽둘레길 투어를 시작했다.

성벽에서 바라본 올드 시티는 에메랄드빛 바다에 둘러싸인 붉은 지붕의 집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지상의 낙원이라는 표현에 걸맞는 멋진 풍경이었다. 성벽에서 성안을 바라 보면 중세의 낡은 집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정원에는 관광객들이 보건 말건 상관없이 빨래가 널려 있어 소박한 정취가 느껴진다. 광장 분수대 주변에는 수많은 관광객들의 모여 있다. 그리고 곳곳에 아담한 교회의 첨탑들도 눈에 띄었다. 성벽길을  걷다 보면 여러개의 망루가 있는데 그곳에서는 주변의 경치를 더 잘 볼 수 있다. 푸른 바다의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 보트들이 보였다. 바다의 색깔은 에머랄드색보다 더 진한 약간 검은 빛이 느껴진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아드리아해의 바다는 정말 아름답다. 중세의 추억을 간직한 골목길 만큼이나 환상적인 바다의 경치도 두브로브니크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중 하나다. 성벽 아래의 바위에는 파라솔이 보이고 물속에 뛰어들어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성벽길 투어를 마치고 입구의 계단을 통해 메인스트리트로 내려왔다. 메인스트리트는 필레문에서 올드포트입구까지 연결된 광장처럼 넓은 거리다. 필레문 입구 앞 광장에는 큰 분수대가 있다. 분수대에는 수도꼭지들이 설치되어 있는데, 사람들은 그곳에서 손과 얼굴을  씻었다. 나도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과  머리를 물로 흠뻑 적셨다. 어떤 사람들은 페트병에 물을  담아서 마시는 사람들도 있었다. 마셔도 괜챦은 것인지 의심이 가기도 했지만 나도 페트병에 물을 담았다. 유럽은 상수도 시설이 발달되어 있어 수돗물을 마시고 탈이 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메인스트리트를 걸어서 올드포트 입구까지 오자 가이드북에서 보았던 석상이 눈에 띄었다. 바로 올란도 게양대였다. 올란도는 두브로브니크의 자유를 위해 싸웠던 용맹한 전사였다. 올란도 게양대는 자유의 도시 두브로브니크의 상징이다. 조각상 옆에도 큰 분수대가 있었다. 그곳에서도 사람들은 세수를 하고 물을 마셨다. 입구를 빠져나와 올드포트에 가보니 그곳에는  수많은 보트들이 정박해 있었다. 성벽 옆에 펼쳐진 바다 그리고 부두와 산기슭의 집들이 한데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이 보였다. 다시 올란도 게양대 쪽으로 와서 이번에는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곳에는 광장과 재래 시장이 있고 좀더 걸어 올라가면 오래되고 낡은 집들과 교회가 보였다. 다시 광장으로 내려와서 왼쪽 거리로 들어섰다. 그 거리는 기념품가게와 옷가게들이 들어서 있는 두브로브니크의 작은 번화가였다. 골목을 돌아나와서 다시 메인스트리트에 들어섰다.

필레문 입구 앞에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교회 두 개가 서로 인접해 있는 모습이 보인다. 한 교회는 출입문이 닫혀 있어서 관광객들이 많이 드나드는 교회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다른 도시의 성당들에 비해 내부는 화려하지 않고 단순하면서도 소박한 중세 교회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다시 메인스트리트로 나와서 주변 건물들을 감상하였다. 건물들은 모두 사암 벽돌로 지어진 것으로 붉은 벽돌을 사용하는 르네상스 양식보다는 이전의 양식으로 올드 시티가 중세 도시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건물의 디자인도 다른 유럽의 도시와 달리 독특하면서도 화려하지 않고 소박한 것이 특징이다.

오후 3시가 넘었는데도 한낮의 더위는 수그러들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 수퍼마켓에서 맥주를 사서 거리에서 마셨다. 두브로브니크의 올드시티는 마음만 먹으면 두 시간 정도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하지만 골목 골목마다 숨겨진 매력들을 음미하면서 구경하자면 하루로도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작은 골목길의 계단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대부분 카메라를 들고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면서 사진을 찍기 바쁘다. 하지만 사진으로 남기는 것보다는 가슴으로 더 많이 느껴야 여행의 잔상이 오래 남는다. 골목길의 집들은 매우 가까워서 창문을 통해 이웃끼리 이야기도 나누고 심지어 사과나 토마토 같은 과일들을 주고받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그런 상상들을 하면서 골목길을 감상하니 두브로브니크가 인간적인 정취로 충만한 곳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뜨거운 태양과 하루 종일 싸워야만 했던 오늘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힘든 하루로 기억될 것이다. 힘들었던 만큼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이 될 것이다. 오후 5시밖에 되지 않았지만 오늘은 일찍 투어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필레문을 통해 올드시티를 빠져나와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오늘은 어제처럼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지 않고 인근 마트에서 빵과 우유를 사서 호텔 룸에서 먹기로 했다. 룸에서 휴식을 취한 후 저녁 8시 반 쯤 항구의 야경을 감상하기 위해 다시 호텔을 나섰다. 어제처럼 마트에서 캔맥주를 사서 항구의 벤치에 앉아서 마셨다. 부두에는 두척의 유람선이 바다의 야경을 감상하려는 관광객들을 태우고 있었다. 유람선들은 그다지 크지 않은 옛날 범선 모양의 보트로 관광객들을 배 안 가득 싣고는 무드 있는 음악을 틀면서 부두를 떠났다. 어둠이 깔리고 거리마다 불이 들어오면서 어제와 마찬가지로 고요한 정적이 흐르는 항구의 야경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로 보아서 그런지 어제와 같은 특별한 감흥은 느껴지지 않았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일찍 잠을 청했다. 여행 중에는 불면증에 시달릴 일이 없어서 좋다. 침대에 누워 있다 보면 어느새 잠이 든다.

▶두브로브니크 여행 사진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