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3일 금요일

동유럽 여행-잘츠부르크


잘츠부르크행 열차는 린쯔를 경유해서 생각보다 늦은 시간에 잘츠부르크에 도착했다. 역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6시였다.

호스텔에 체크인을 한 후 잘츠부르크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잘츠부르크는 작은 도시고 여름이라 낮이 길기 때문에 시내를 한바퀴 둘러볼 시간은 충부했다.

큰길로 나와서 좀 걷다보니 잘츠부르크 강이 보였다. 그리고 강 건너편에는 대성당과 호엔 잘츠부르크 요새가 보였는데 아주 멋진 풍경이었다. 다리를 건너 가보니 넓은 광장이 있고 정면으로는 잘츠부르크 대성당(돔)이 있었다. 대성당은 잘츠부르크를 대표하는 바로크 양식의 교회로 마치 성이나 궁전 같은 느낌이 드는 건물이다. 돔 옆에는 모차르트 광장이 있고 이곳에도 모차르트 동상이 있었다.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가 태어난 곳으로 그가 태어난 곳과  살았던 집이 나란히 관광 명소로 지도에 표기되어 있었다. 돔 옆의 골목길을 따라 가보니 작은 광장이 있고 언덕위에 있는 호엔 잘츠부르크요새가 더 가깝게 보였다. 요새까지는 케이블카가 운행되고 있었으나 저녁시간이라 철로만 보일 뿐 케이블카가 다니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골목길을 따라 요새로 올라 가 보기로 했다.

잘츠부르크의 골목길은 아주 운치가 있다. 길 양옆으로 약간은 낡아보이는 고풍스런 집들이 소담스럽게 펼쳐져 있고 인적이 드문 거리를 걸을 때는 왠지 마음이 편해진다. 거리의 바닥은 작고 네모나 벽돌들이 마치 모자이크처럼 서로 간극을 이루며 박혀 있다. 돌과 돌 사이의 간극이 사람의 마음을 더 편하고 여유롭게 만드는 것 같았다. 이런 골목길에서는 빨리 걷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천천히 느리게 사색을 즐기며 걷는 것이 더 어울린다. 서울처럼 콘크리트 벽돌로 되어 있는 거리에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여유로움이 잘츠부르크의 골목길에는 있다.

호엔 잘츠부르크는 말이 요새지 사실은 성이나 다름 없다. 예전에는 외부의 침입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언덕이나 산위에 성을 쌓고 그 안에 왕이 거처하는 궁궐과 예배를 보는 성당을 지었다. 잘츠부르크 요새는 작고 아담한 성이다. 요새에는 잘츠부르크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물은 잘츠부르크 성당의 둥근 돔이다. 그리고 굽이쳐 흐르는 잘츠부르크 강 양 옆으로 앤티크한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 잘츠부르크는 매우 작은 도시여서 명소들을 둘러 보는데는 반나절도 걸리지 않을 것 같았다. 늦은 시간인데도 전망대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비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쳤고 나는 성을 내려왔다. 내려온 길과 반대방향으로 걷다가 돔 옆에서 낮 익은 동상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프라하의 에스타테츠 극장 옆에서 본 유령의 동상이다. 잘츠부르크에 있는 동상이 모조품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마치 큰 보물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기뻤다.

지도에는 모차르트가 태어난 집이 표시되어 있었는데 지도의 위치상에 있는 거리에는 안내 표시도 없고, 관광객들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시 다리를 건너 오던 길을 되돌아 갔는데 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소나기가 아니라 가랑비였는데 이번에는 제법 오랫동안 내릴 것 같았다. 우산을 펼쳐들고 어두워진 잘츠부르크 거리를 걸으며 마지막으로 미라벨 정원을 둘러 보기로 결정했다. 지도를 보며 찾아가보니 정원의 한곳에서는 흥겨운 음악소리가 들려 왔다. 음악소리가 들리는 곳을 가보니 18세기의 복장과 가발을 한 소규모의 관현악단이 지휘자의 지휘에 맞추어 흥겨운 연주를 하고 있었다. 주변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연주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하자 모두 연주를 멈추고 합창을 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비를 멈추게 해달라고 하는 노래인 것 같았다. 그러나 비가 더 거세게 내리기 시작하자 모두 악기를 챙겨들고 흩어지기 시작했다. 우산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비가 쏟아지자 나도 나무밑으로 들어가 비를 피했다.

잠시 후 빗방울이 약해지자 미라벨 정원을 나와서 호스텔로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가볍게 씻고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 후에 8시쯤 호스텔을 나왔다. 체크아웃 시간이 오전 10시이므로 두어시간동안 잘츠부르크의 아침 풍경을 감상한 뒤 호스텔을 나와 11시에 출발하는 부다페스트행 열차를 탈 예정이었다. 간밤에 내린 비가 그쳐 거리의 공기는 무척 상쾌했다. 다리를 건너 건너 돔 주변 거리를 둘러본 후 다시 다리를 건너 어제밤에 비 때문에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 미라벨 정원을 구경하였다.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잔디와 꽃들이 어제 내린 비로 더 생기있게 보였다. 이른 아침인데도 관광객들이 많이 모여들었고, 한국인 단체관광객들의 모습도 보였다. 미라벨 정원에서 바라본 호엔 잘츠부르크요새도 아주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정원을 둘러보고 호스텔로 돌아가는 길에 장터가 열린 모습이 보였다. 트럭을 거리에 주차시켜놓고 그곳에서 고기와 야채등 농산물들을 팔고 있었다. 소시지같은  먹을거리와 옷도 팔고 있어서 우리의 재래시장같은 모습이다. 어제 저녁 이 거리를 걸을때는 보지 못했던 광경이라 낮에만 열리는 장 같았다. 물건을 사는 사람들은 주로 나이많은 사람들이었다. 물건을 사고파는 것 보다는 재래 시장의 여유롭고 따뜻한 분위기를 더 즐기는 듯한 느낌이다.

구경을 마친 후 호스텔을 나와서  역으로 갔다. 잘츠부르크역에는 대형마트가 있었다. 그곳에서 닭다리튀김과 맥주 그리고 수박을 한 조각 사먹었다. 맥주나 수박은 우리나라보다 저렴했다. 특히 수박은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 가격으로 매우 싸다. 유럽은 농산물이 풍부하다. 11시에 출발하는 부다페스트행 열차를 타기 위해 플랫폼으로 올라갔다.

▶잘츠부르크 여행 사진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