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19일 일요일

문화유산 답사-경복궁



광화문광장에서 광화문으로 가려면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너야 한다. 광화문에서 오른쪽으로 좀 가면 동십자각이 보인다. 예전에는 경복궁 돌담길을 걸으면서 사거리에 외롭게 서 있는 누각을 별 관심도 없이 지나쳤다. 사실 동십자각은 경복궁 성벽의 동쪽 끝 망루였다. 광화문 앞에는 좌우로 두개의 해태(해치)상이 있다. 해태는 상상속의 동물로 궁궐을 지키는 상징적인 존재다. 경복궁에는 곳곳에서 해태상을 볼 수 있다. 광화문은 2010년에 예전의 모습대로 복원 공사가 완료되었는데 서울의 상징으로 그 위용이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경복궁의 출입구는 흥례문이다.  흥례문은 예전 중앙청 건물이 있던 곳에 복원한 것이다. 중앙청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시피 일제의 조선총독부 건물이다. 조선 왕궁 한복판에 총독부 건물을 세운 것을 보면 일제가 얼마나 교활했었는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한동안 정부종합청사 박물관 등으로 쓰이다가 1996년 역사 바로세우기 차원에서 철거했다.

흥례문을 지나면 또 하나의 문이 보이는데 바로 근정전의 정문인 근정문이다. 마치 양파 껍질 벗기듯 정문을 3개나 통과해야 비로소 근정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멀리 북악산을 배경으로 한 근정전의 풍경은 매우 훌륭하다.


근정전에서 오른편으로 가면 수정전이 있다. 수정전은 과거에 집현전 건물이었다. 수정전 뒤쪽으로는 두개의 굴뚝이 있어서 겨울철에 집무를 보는 신하들을 배려했음을 알 수 있다. 수정전 뒤편에는 경회루가 있다. 북악산을 배경으로 연못위에 떠 있는 경회루의 모습은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경회루는 가장 전형적인 한국의 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근정전 뒤쪽으로는 왕의 집무실인 사정전이 있다. 사정전의 양 옆으로는 만춘전과 천추전이 있는데,  사정전과는 달리 만춘전과 천추전에는 뒤편에 굴뚝이 있다. 사정전의 오른편으로는 세자가 거처하는 동궁전이 있다. 동궁전에는 현재 자선당과 비현각 두채의 전각이 남아 있다. 자선당은 세자와 세자빈의 거처이고 비현각은 세자가 공부 하고 정무를 보던 곳이다. 사정전 뒤편으로는 왕의 침전인 강녕전이 있고 그 뒤편으로는 왕비의 침전인 교태전이 있다. 강녕전과 교태전의 지붕에는 용마루가 없다는 점이 특이하다.

교태전 뒤편으로는 아미산이라는 정원이 있는데 굴뚝이 무척 아름답다. 교태전의 우측으로는 자경전이 있다. 자경전은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할 때 궁궐의 어른인 신정왕후를 위해 아주 크고 화려하게 지은 것이다. 신정왕후는 철종의 후계자로 고종을 지명하여 흥선대원군이 실권을 장악하는데 큰 도움을 준 정치적 은인이다. 자경전의 뒤편으로는 십장생굴뚝이 있다. 이것은 십장생을 벽에 새긴 일종의 벽화로 이것은 신정왕후의 만수무강을 기원한 뜻이 있다.

교태전 뒤쪽으로는 후궁들의 처소인 함화당과 집경당이 있다. 원래는 궁녀들이 거처하는 전각들이 더 있었으나 지금은 두개만 남아 있다. 경복궁이 중건되었을 당시에는 지금보다 전각이 훨씬 많아서 아주 웅장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일제가 이런 저런 명목으로 전각들을 하나 둘 해체하면서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 한 것을 90년대에 본격적으로 복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은 그나마 전체적인 형태와 기본 골격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함화당의 뒤편으로는 향원정이 있다. 향원정의 연못은 온통 연꽃으로 덮여 있었다. 육각의 정자와 아름다운 연못 그리고 뒤편의 북악산이 만들어내는 경치는 경복궁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경복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이 향원정을 꼽고 싶다. 향원정 뒤편에는 건청궁이 새롭게 복원되었다. 건청궁은 고종이 아버지 흥선대원군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지은 작은 궁전으로 일반 양반집의 형태로 지은 것이다. 건청궁에는 왕의 처소인 장안당과 왕비의 처소인 곤녕합이 있다. 곤녕합은 바로 을미사변때 명성황후가 일본의 무사들에 의해 살해되었던 곳이다. 건청궁은 최근에 복원된 것으로 예전에는 빈터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건청궁 바로 옆에는 집옥재라는 독특한 건물이 있다. 집옥재 좌우에는 팔우정이라는 청나라풍의 팔각형 누각과 협길당이라는 조선풍의 전각이 있어서 청풍과 조선풍이 조화를 이룬 건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팔우정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전각으로 눈여겨 볼만하다. 집옥재에서 좌측으로 가면 경복궁의 북문인 신무문을 볼 수 있다. 신무문 앞은 경복궁의 출입문이 설치되어 있어서 가까이 가보지는 못했지만 멀리서 모양을 확인할 수는 있었다.

신무문에서 다시 내려오면 궁중의 장독대를 모아두었던 장고가 있는데 지금은 팔도의 독 항아리를 전시하는 곳으로 복원해 놓았다. 경복궁 옆에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있다. 민속 박물관은 예전 한국인의 생활 모습을 전시한 곳으로 사실 그다지 볼 것이 많지는 않다. 이것으로 경복궁 답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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